순수미술·조소·산업디자인 전공 등 직원 30여명 디자인 작업에 몰두
변화 적응 빠르고 새 제품 창조 탁월, 신제품 태권전사K 하루 만에 완판
2009년 출시된 영실업의 변신 자동차 ‘또봇’은 외국기업이 주도하던 국내 완구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엎은 돌풍의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부동의 1위 업체 레고와 일본 반다이를 제치고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한 완구판매 1위에 올랐다. TV 애니메이션의 인기도 치솟아 현재 프로그램 구입을 위한 방송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또봇의 인기는 후속 토종 완구들에게도 날개를 달아 줬다. 이달 20일 출시된 신제품 ‘태권전사K’도 예약 하루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8월 첫 선을 보인 크로스 합체로봇 ‘바이클론즈’ 역시 판매가 늘고 있다.
또봇 돌풍의 1등 공신은 영실업의 두뇌인 디자인연구소 직원들이다. 최근 방문한 서울 한남동 디자인연구소에는 영실업의 주력 제품 또봇을 비롯해 바이클론즈, 쥬쥬, 콩순이 등을 설계한 4개팀 직원 30여명이 대형 컴퓨터 앞에 앉아 신제품을 설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제품 생산 이전의 모든 작업은 디자인연구소를 거친다. 그만큼 이 곳은 영실업의 핵심인력들이 모여 있다. 순수미술과 조소, 산업디자인 전공자 등 디자인전문가 및 설계를 담당하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연구소의 주축이다.
영실업은 연구원의 얼굴 공개를 꺼려 사진촬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만큼 보안에 신경을 썼다. 신성광 마케팅전략팀 매니저는 “캐릭터 시장은 굉장히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여기에 맞춰 연구원들은 빠른 습득능력과 짧은 시간 안에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신제품 탄생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우선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제품의 특징과 개성, 여기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변신합체로봇인 바이클론즈는 우주 별자리의 동물 캐릭터가 자전거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김현동 디자인연구소 팀장은 “제품 출시와 애니메이션 방송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캐릭터를 정교하게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손으로 스케치한 캐릭터를 컴퓨터로 정밀하게 디자인한다. 이후 스티로폼 같은 부드러운 재질로 시제품을 만들고 컴퓨터로 리모델링과 수정을 거쳐 완성품에 준하는 단단한 재질의 시제품을 다시 한 번 만든다. 이를 토대로 최종 시험 후 생산에 들어간다.
요즘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부품 수를 늘리고 있다. 또봇은 180개, 바이클론즈는 320개 조각으로 구성됐다. 신 매니저는 “부품수가 많다는 것은 정교한 설계를 의미한다”며 “해당 업체의 기술력과도 관계가 깊다”고 밝혔다.
영실업은 제품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들이라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국내와 미국, 유럽의 안전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엄격하게 설정한 내부기준에 따라 제품 시험을 한다.
시험은 충남 아산의 품질랩에서 첨단 시험장비를 활용해 10개 항목에 걸쳐 실시한다. 제품 낙하시험은 국내외 안전기준이 없어 엄격한 실험이 필요 없지만 150㎝ 높이에서 6개 면으로 제품을 10회 떨어뜨려 충격에 약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뒤틀림 실험은 7㎏ 힘으로 10초 동안 1,500~3,000회 이상 반복적으로 뒤틀어 본다. 국내외 기준인 2.3~4.5㎏ 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준이다. 한찬희 대표는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또봇이 전세계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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