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계급사회의 그늘] (1) 심화하는 임금 양극화

유통회사서 일하는 50대 여사원

최저 시급 48% 오를 때 6% 인상

물가상승 감안하면 임금 되레 줄어

법률회사 근무 30대 회계사는

같은 기간 연봉 3배 뛰어 1억여원

소득불평등 83%가 임금서 비롯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에서 수산물 가공ㆍ포장 업무를 담당하는 정미화(55)씨의 올해 시간당 임금은 5,900원이다.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루 일당은 4만7,200원 가량. 한달 월급은 근무일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휴수당, 교통비, 연장근무수당 등을 더하면 명세서에 찍히는 금액이 123만원(세전)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정씨의 올해 연봉을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1,476만원 정도가 된다.

2008년 입사할 당시 정씨의 시간당 임금은 5,550원. 명세서에 찍히는 월급은 115만원 정도였다. 7년이 지나는 동안 시급은 고작 350원, 월급은 8만원 인상된 셈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3,770원에서 5,580원으로 48%나 오르는 동안 정씨의 시급은 7년간 6% 인상된 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회사에 노조가 생기면서 시급이 많이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정씨는 “회사에 들어올 때만 해도 월급이 제 때 나오는 대기업이라는 점이 좋았고, 시급도 최저임금보다 1,800원 가량 많은 수준이었지만 7년 동안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며 “작년 노조가 생겨 처음으로 임금교섭을 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시급 100원 올리는 것도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는 회계사 박은우(35ㆍ가명)씨의 임금은 비슷한 기간 3배나 올랐다. 2007년 회계법인 입사 당시 박씨가 받은 첫 연봉은 3,800만원 가량. 2년 후 승진하며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6,000만원대로 뛰었고, 3년 뒤 7,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진급을 앞둔 그는 연봉 1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옮겼고, 현재 연봉이 성과급을 포함해 1억2,0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국내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직종별 임금 수준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정체된 반면,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은 가파르게 올라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7,8년 전 2.75배였던 마트노동자 정씨와 회계사 박씨의 연봉 격차는 8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소득분포에서 계층별 격차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불평등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임금소득 격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금융위기 이후의 소득재분배 정책의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소득불평등의 83%가 근로소득(임금)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소득(26%)과 재산소득(4.8%)이 불평등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김재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가처분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다(2011년 기준 74%) 그나마 재산이 없어 임금만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저소득층의 임금까지 수년간 정체되면서 소득불평등에서 임금불평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금격차로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데 있다. 김 연구원은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 이후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고령층이 재취업하는 숫자가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2011년 이후에도 임금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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