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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에… 겨울로 바뀐 아랍의 봄

입력
2015.03.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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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무너진 뒤 종파 대립 심화, 각국 중앙정부 통제력도 약화돼

예멘 사원 폭탄 테러 하루 만에 후티반군-하디 측 서로 최후 통첩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한 21일 예멘 수도 사나 거리에 파손된 차와 희생자의 신발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사나=신화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한 21일 예멘 수도 사나 거리에 파손된 차와 희생자의 신발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사나=신화 연합뉴스

예멘, 튀니지, 리비아 등 2011년 잇따라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며 ‘아랍의 봄’을 맞았던 아랍권 국가들이 4년 만에 ‘겨울’을 맞고 있다.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의 테러가 국내 혼란과 맞물려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정파, 종파간 대립이 이어진데다 이를 통제할 중앙정부의 힘이 미약해 테러 위협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예멘에서는 IS 추종 세력의 테러가 예멘 내 수니파-시아파간 내전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예멘 수도 사나 이슬람 사원 폭탄 테러로 1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불과 하루 만에 시아파 반군 후티와 대통령 세력이 서로 최후 통첩을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사건 직후 ‘IS 예멘 지부’라고 자처한 조직은 온라인을 통해 “후티 측 사원에 대한 테러는 우리의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후티 반군은 기존에 대립각을 세우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하디 대통령은 21일 방송 연설을 통해 후티 반군을 비난했고, 다시 후티 반군이 “하디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기관을 공격하겠다”며 경고하는 등 양측의 감정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2012년 선거로 선출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은 하디 대통령은 지난 1월 시아파 반군 후티의 쿠데타로 쫓겨나 남부 도시 아덴으로 피신해 있는 상태다. 현재 예멘 내각과 의회는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성공적인 민주 정권 교체로 ‘아랍의 봄 발원지’로 평가 받았던 튀니지에서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일 바르도 국립 박물관 총격 테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IS는 성명을 내고 “튀니지에 있는 이교도와 악덕 소굴 중 한 곳에 신성한 침범을 한 것”이라며 세속주의에 맞선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2011년과 2014년 이슬람주의 정권과 세속주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며 아슬아슬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튀니지에서는 이번 테러로 세속주의 정권이 타격을 입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010년 벤 알리 전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를 촉발시켰던 부진한 경제 성장과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혁명 후에도 여전히 튀니지의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알카에다와 IS 등 극단주의 세력들은 이러한 가난한 청년들을 포섭했고, 그 결과 많은 청년들이 IS로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하면서 튀니지는 IS 대원의 최대 공급처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이와 함께 4년 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을 붕괴시켰던 리비아에서도 현재 이슬람 민병대와 비이슬람 세력간 대립이 여전히 날카롭다. 지난 달에는 IS 리비아 지부가 이집트 콥트교도 21명의 참수 장면을 공개하면서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의 새로운 IS 거점 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초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축출한 이집트에서도 북동부의 시나이 반도를 중심으로 IS 연계 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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