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행사에 초대한 이유는 전형적인 “푸틴식 골탕 먹이기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2일 러시아가 지난해 크림반도 합병 이후 가해진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경제제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훈련 등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해 핵무기 프로그램과 인권을 문제 삼아 국제사회서 고립시킨 북한 지도자를 초대함으로써 서방의 제재에 반대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러시아가 김정은 카드로 얻는 이익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없으며 이번 초대는 일종의 ‘골탕 먹이기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북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본다”며 “(푸틴의 김정은 초대는) 우리 눈을 찌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그리스 등 다른 국가 지도자 20여명과 함께 다음달 열리는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행사에 초대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 2011년 북한 최고 지도자에 오른 후 첫 국제 무대 데뷔가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서방 주요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초대에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유대를 강화해 투자와 교역 등 경제나 외교 관계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고 CNN은 전했다. 양국 모두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북한은 러시아에게 유용한 교역 루트였고 장기적으로는 송유관 경로를 확보하도록 하는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올해를 양국 ‘우정의 해’로 선포하고 2020년까지 교역액을 10억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허드슨 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리처드 베이츠 박사는 “푸틴은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해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 특히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츠 박사는 “이런 세간의 주목 끌기는 푸틴이 좋아하는 일종의 정치극”이라며 “푸틴이 최근 11일 동안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데 이어 이번에는 김정은을 초대해 국제 지도자로서 중요한 사람인 것을 확인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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