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연은 1964년 시작됐다. 김승호 황정순 등이 출연한 ‘십자매 선생’이었다. 임권택 감독은 데뷔한 지 2년 된 신예였고 안성기는 “아역 하면 안성기라는 소리를 듣는 유명한 꼬마배우”(임권택 감독)였던 때다. 포스터만 겨우 남은 영화의 운명처럼 두 사람의 기억은 흐릿하다. “그저 같이 영화를 찍었다 정도만 생각난다”고 두 사람은 떠올렸다.
두 사람은 ‘만다라’(1981)로 재회했다. 안성기는 군 제대 뒤 성인배우로 다시 이름을 알릴 때고 임 감독은 충무로의 중견이었다. ‘만다라’는 두 사람에게 전환점이었다. ‘내 이름과 한국영화를 유럽에 알린 작품”(임 감독) “지금까지 영화를 안정적으로 해올 수 있는 큰 바탕이 된 영화”(안성기)였다. 이후 둘은 ‘안개마을’과 ‘오염된 자식들’(이상 1982)를 연달아 함께 했다.
둘은 12년의 공백을 가진 뒤 ‘태백산맥’(1994)으로 다시 만났다. 임 감독은 ‘장군의 아들’시리즈와 ‘서편제’(1993)로 충무로의 간판 감독이 됐고, 안성기는 최고 흥행배우로 성장했다. ‘축제’(1996)도 함께 했던 두 사람은 이후 6년 뒤 다시 만나 ‘취화선’(2002)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이끌어낸다.
51년 동안 함께 한 영화는 8편. 인연을 이어온 세월에 비해 많은 양은 아니나 두 사람은 둘의 관계를 특별히 여긴다. 임 감독은 “안성기는 내 영화 이력에 남을만한 영화들에 거의 다 출연한 배우”라고 말했다. 안성기는 “임 감독님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을 때 무척 기뻤고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라고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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