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갑작스럽게 사례 소개
고령화와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전략에 대한 노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영국의 재정개혁 사례를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끈다. 기재부가 특별한 계기 없이 외국 재정정책 사례를 소개하고 평가까지 내놓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사전에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기재부는 ‘영국 재정개혁의 주요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국 등 다른 G20 회원국의 우수 정책을 학습ㆍ공유해 정책 업그레이드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 지출을 각각 전년 대비 6.5%, 3.2% 늘렸다가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하자 2010년부터 재정건전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우선 영국은 세출 측면에서 재정승수(재정 투입에 따른 경제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도로(280억 파운드) 철도(440억 파운드) 학교(215억 파운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5년간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 반면 재정승수가 낮은 복지지출은 총액한도(1,000억 파운드)를 설정해 지출을 억제했고, 경찰 분야와 지방정부 예산도 각각 23%, 27% 감축했다.
세입 측면에서는 2011년 부가가치세율을 17.5%에서 20%로 인상해 세수를 늘렸지만,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며 법인세율은 28%에서 20%로 내렸고 소득세 면제 대상도 늘렸다. 역외 조세회피 및 탈세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요컨대 복지지출은 제한하고 SOC투자는 늘리는 한편, 간접세를 올리고 법인ㆍ소득세는 인하한 것이 영국식 개혁의 골자다. 한국도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등 재정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 발표가 향후 재정개혁 방향에 대한 여론 반응을 살피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영국은 SOC가 이미 노후화해 재건 수요가 높은 데다 복지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해 영국식을 그대로 이식하려 할 경우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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