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위스서 박태환 도핑 청문회
검찰 수사로 병원 과실 드러났지만 석연찮은 투약 이유 해명이 관건
도핑에 무관용 원칙 적용 추세… 전문가들 "책임 면하기 어려울 것"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선수 생명의 기로에 놓인 박태환(26·사진)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박태환의 징계 여부 및 수위를 다룰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23일(이하 현지시간) FINA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연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FINA 청문회 출석 통보를 받았다. 당초 청문회는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박태환 측에서 ‘소명 자료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연기를 요청했고, FINA가 이를 받아들였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로 인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올 1월 병원장 김모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도 김 원장이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박태환에게 주사한 것으로 보고 병원장 김 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청문회는 검찰 수사와 다르다. 고의 투약 의혹은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박태환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주사를 왜 맞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 놓은 것이 없다. 박태환 측은 도핑 파문이 일고서 FINA 비밀 엄수 규정을 이유로 철저히 함구해왔다. 결국 청문 위원들에게 이 부분을 해명하는 것이 청문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NA 도핑 위원회는 로버트 폭스(스위스) 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5명의 위원은 미국, 호주, 일본, 남아공, 알제리 출신이다. 도핑 청문회에는 폭스 위원장과 그가 호선한 2명의 위원 등 3명이 참석한다. 박태환 측에서는 박태환과 국내에서 함께 로잔으로 건너간 변호사, 이번 청문회를 대비해 선임한 스위스의 도핑 전문 법률대리인이 청문회장에 함께 들어선다. 이기흥 회장과 전무ㆍ사무국장 등 대한수영연맹 관계자와 김지영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통역 요원도 참석한다. FINA 규정상 청문회 결과는 20일 안에 공표해야 하지만 대한수영연맹은 2,3일이면 결정 사항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FINA는 러시아 수영선수 비탈리 멜니코프와 관련한 도핑위원회를 지난 13일 열고서는 사흘 뒤인 16일 홈페이지에 결과를 발표했다. FINA 규정에 선수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통보 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
2년 자격 정지를 받은 멜니코프는 2013년 12월 덴마크에서 열린 유럽쇼트코스선수권대회 기간 실시한 두 차례 약물검사에서 WADA 금지약물인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ㆍEPO) 성분이 검출됐다. 박태환에게서 검출된 테스토스테론(S1)보다는 한 단계 낮은 S2등급이지만 최근 WADA는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세계 스포츠계는 도핑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추세다. 박태환의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병원 측의 과실로 드러났지만 박태환도 선수로서 주의 및 예방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수영 및 도핑 관계자들의 견해다.
만약 박태환이 징계를 받는다면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FINA는 지난해 9월 3일 박태환의 소변샘플을 채취해 10월 말 박태환 측에 A샘플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통보를 했다. 이후 박태환 측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B샘플 검사에서도 같은 금지약물이 검출되자 FINA는 12월 9일부터 박태환을 임시 자격정지 상태로 뒀다.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한다면 박태환의 경우 소변 샘플을 채취한 지난해 9월 3일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치러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수확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도 모두 박탈될 수 있다. 박태환이 2년 이상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내년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무산된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박태환은 최악의 경우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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