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트렌드 장르·국가 넘어서는 융합
SNS와 결합한 음원서비스에 주목
“올해 3회째를 맞은 ‘K팝 나이트 아웃’이 K팝 행사가 SXSW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라는 걸 증명했다.” 음악ㆍ영화ㆍ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2012년 YB의 첫 공연 이래 꾸준히 찾은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미국 케이블채널 퓨즈TV의 호평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 한국 대중음악가들이 SXSW에서 받은 환호가 소수 마니아들만의 호들갑이나 음악 관계자들의 1회성 관심으로 멈추기 때문이다.
국내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여전히 K팝은 수십 개 나라의 음악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 음악을 소개한 19일(현지시각) K팝 나이트 아웃과 20일 서울소닉에서 록 밴드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비주류나 인디 음악의 비중이 높은 SXSW에서마저 아이돌 외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K팝 나이트 아웃 공연장에서 만난 휴스턴 시민 마리아 로페즈씨는 “한국 대중음악은 미국에서 여전히 일부 마니아들의 것”이라며 “좀 더 색다른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SXSW는 음악 안팎에서 장르와 국가, 세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 트렌드를 보여줬다. 내전을 겪으며 음악 활동을 금지 당했던 아프리카 말리 그룹 송호이블루스부터 한국의 전통 악기로 현대 음악을 연주하는 여성 듀오 숨, 파키스탄의 전통음악 가수 마이 다이까지 음악 사이의 국경은 깨끗이 지워졌다. 송호이블루스의 공연에는 이들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국 인디 록 밴드 예예예스의 기타리스트 닉 지너가 협연했다. 음악과 영상 기술을 융합한 공연도 있었다. 일본 여성그룹 퍼퓸은 영화에서나 쓰이는 3D 영상 기법을 공연에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축제기간에 함께 열린 컨퍼런스의 키워드 역시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 빅데이터의 적극적 활용, 음악 큐레이션의 중요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음악과 빅데이터가 만나고 스트리밍 서비스와 SNS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했다. ‘현재 음악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7가지 주제’라는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의 제품관리부문 수장 마이클 서다, 음악 어플리케이션 밴드페이지의 부사장 크리스 윌트시는 음악스트리밍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텀블러 등 SNS 업체와 만나 더욱 강력해진 것처럼 음원서비스가 앞으로 SNS와 결합해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곡들을 찾아서 소개해주는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현대 음악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소비 패턴의 변화를 파악, 대응하는 것이다. 영국의 음악산업 리서치업체 뮤직앨리의 카림 퍼누스 대표는 “음악 산업을 주도할 다음 세대는 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다루며 자란 아이들”이라며 “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틴=고경석기자 kave@hk.co.kr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미국 텍사스주 인구 90만의 도시 오스틴은 ‘라이브 음악의 세계적 수도’로 불린다. 수많은 클럽들이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줄지어 있는 시내 6번가를 따라 걸으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재니스 조플린, 스티비 레이 본, 윌리 넬슨 등 전설적인 블루스ㆍ컨트리 음악가들이 오스틴의 음악적 유전자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음악ㆍ영화ㆍ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1년 내내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곳에서 올해로 29회째를 맞았다. 세계 각지에서 오는 수천 명의 가수와 연주자들이 1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열었다. 17일 음악부문 행사가 개막해 40년째 활동 중인 영국 펑크 록의 전설 댐드가 강력한 펀치를 날리자, 55년차 밴드 좀비스가 이튿날 보란 듯이 받아 쳤다. 뉴욕에서 온 흑인 10대 청소년 헤비메탈 밴드 언로킹 더 트루스의 혈기도 만만치 않았다. 타블로이드를 장식하는 마일리 사이러스도, 난해한 아방가르드 밴드 레지던츠도, 일본의 아이돌 그룹 퍼퓸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악 도시에 연료를 공급했다.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한 밴드 숨, 복고풍 여성 보컬 그룹 바버렛츠, 행위예술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듀오 EE, 한국적 힙합을 선보인 에픽하이 역시 축제의 열기를 높이는 데 한몫을 담당했다.
사람들이 차도를 점령하고, 클럽에서 터져 나오는 음악 소리에 심장 박동수는 절로 빨라진다. 클럽이 문 여는 시간부터 새벽까지 오스틴 도심은 거대한 라이브 클럽 테마 파크로 변신한다. 올해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높은 데시벨의 음악을 포탄 삼아 화려한 불꽃놀이를 선보였다.
오스틴=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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