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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수교 50주년, 상호 이해 넓히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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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수교 50주년, 상호 이해 넓히는 계기로

입력
2015.03.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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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일본에서 한류붐이 한창이던 2006년 1월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시에서 한국인 칠예 공예가 전용복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와테 칠예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전씨로부터 대뜸 일본의 영어명칭인 ‘JAPAN’을 소문자로 쓰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고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다. KOREA는 고려, CHINA는 중국의 도자기에서 비롯된 것까지는 머리에서 떠올랐지만, 정작 묻는 답에 머뭇거리는 기자를 보며 전씨는 “japan은 옻칠이라는 의미”라고 들려주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국에서 꽃피운 옻칠이 일본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이후 일본에서 옻칠공예가 훨씬 번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도쿄 메구로에는 메구로가조엔(目黑雅敍園)이라는 호텔 및 연회장 등을 겸한 예식장이 있다. 1928년 문을 연 이 건물은 당시 칠공예, 조각 등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연회장 바닥, 벽, 천장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도배해 화제가 됐으며, 백단계단을 비롯한 일부 건물이 도쿄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전씨가 일본 옻칠 업계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1992년 메구로가조엔의 벽면 옻칠 복원 작업을 총괄하면서부터였다. 메구로가조엔 측은 4,5명의 일본인 칠공예 전문가를 제치고 이 작업을 맡길 정도로 전씨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고, 전씨는 최고의 작품으로 화답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8층짜리 엘리베이터 전체를 수놓은 공작이 날갯짓하는 전씨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칠공예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일본 내 한류스타가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산증인인 셈이다.

모리오카에서 또 다른 형태의 한일 교류를 경험한 것이 모리오카 냉면이다. 함흥 출신 한국인이 1950년대 모리오카로 건너가 자신의 고향에서 만들어 먹던 함흥냉면을 일본인 입맛에 맞게끔 변형시킨 것으로, 현재 모리오카시 대표 특산물로 지정돼 있다.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일본에서 특파원을 하고자 한 배경에는 이렇듯 일본 내 숨어있는 한류를 찾아내 소개하고 싶은 사명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 내 한국 문화의 흔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오사카의 시텐노지(四天王寺)는 백제 시대 장인들이 건축을 도운 사찰로 유명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예인 사쓰마도기와 아리타자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의 후예들의 영향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埼玉)현에는 지금도 고구려에서 건너온 후예들이 거주하는 고마(高麗)라는 지명이 존재하고 있고, 고구려 선조들을 모시는 신사가 남아 있다. 조선 시대 수백년간 이어진 조선통신사는 한일 교류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일부 일본인은 한국의 문화가 일본에 전래됐다는 논리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기도 했다. 오히려 일본은 견수사, 견당사 등을 중국에 직접 파견,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식 문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에서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고 언급했는데, 양국간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차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 같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한일 양국 모두 상대방 국가의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년간 일본에서 특파원을 지내면서도 정작 일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한국에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지금도 아쉽다.

꼬여 있는 한일관계를 푸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살피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둔 지금 새삼 느끼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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