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는 ‘각종 공식적인 의식이나 회의 또는 행사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애호하며,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하여 예를 갖추는 일련의 격식’을 뜻한다. (대통령 훈령 제272호)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영화 관람을 온 관객들에게까지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애호하라’고 강요했다.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추억으로 들리겠지만 프로스포츠에서만큼은 태극기와 애국가가 갖는 위엄과 권위가 여전하다. 야구, 농구 등이 대표적이다. 두 종목 모두 미국프로야구(MLB)나 미국프로농구(NBA)의 관행처럼 식전 행사로 국민의례를 갖는다. 프로농구는 KBL 규정에 따라 전 구단이 선수와 코칭 스태프, 심판진 모두 국민의례를 하게 되어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강제 규정은 없지만 KBO 리그 규정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 안에 ‘경기개시 직전에 애국가가 방송될 때 벤치 내에 있는 선수는 벤치 앞에 나와 정렬하며, 기타 경기장 내에 있는 심판위원과 선수는 모자를 벗고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연주가 종료될 때까지 개인 돌출행동 금지’라고 적혀있다. 프로 구단끼리 순위 경쟁을 펼치는 프로 스포츠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를 가다듬고 경기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공식 행사라는 것이 연맹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사정이 다르다. 프로 축구단 중에서 성남 일화가 가장 최근까지 홈경기에서 경기 전 식전 행사로 국민의례를 고집했지만 성남 FC로 재창단한 이후에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2014년 개막전에 재창단을 기념해 국민의례를 한 이후에는, 성남 일화의 ‘전통’을 이어받지 않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하지 않는 게 관행이 된 지 오래인 데다가, 협회나 연맹의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 다는 설명이다. 프로배구 역시 2005년 V리그 출범 즈음에는 경기 전 국민의례를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개막전과 올스타전 등 상징적인 의미로 국민의례를 할뿐, 정규리그에선 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국민의례 규정이 경기 종목마다 다른데다가, 일정한 기준 없이 시행한다면 ‘굳이 해야 되느냐’라는 회의론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프로농구 창원 LG에서 두 시즌이나 뛴 데이본 제퍼슨(29ㆍ미국)은 지난 20일 팀에서 퇴출 처분을 받았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도중 스트레칭을 했다는 것이 계기가 됐고, 그간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제퍼슨의 이 같은 돌출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농구 코트에 늘 애국가가 울려 퍼져야만 하는 이유는 또 다른 문제다. 제퍼슨의 애국가 스트레칭 논란과 별개로 프로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뛰고 있는지는 물음표가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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