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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기지'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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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기지'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잡았다

입력
2015.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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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수천만원씩 1억 넘게 입금돼 수상

동료들과 공조해 시간 끄는 새 경찰 출동

지난 18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중구 소재 NH농협은행에 20대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현금 6,600만원을 계좌에서 인출할 건데 가능하냐”는 문의였다. 조회 결과 남성은 오랫동안 거래가 없었던 고객. 갑자기 큰 돈을 찾으려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이모 과장은 지점 규모가 작아 현금이 부족하다며 에둘러 거절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남성은 영업 마감 시간 직후인 오후 4시5분쯤 모자를 눌러 쓴 채 기어이 은행을 방문했다. 전부가 아니어도 좋으니 되는대로 현금을 인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 과장이 왜 돈을 찾으려는지 캐묻자 “모텔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수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통장 거래 내역도 이상했다. 하루 새 3명의 여성으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이 넘는 돈이 입금됐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쯤 남성이 다른 은행 지점에서 현금 3,000여만원을 인출한 것도 확인됐다. 이 과장은 찾으려는 금액이 고액이라 입금자와 통화가 필요하다며 전화를 시도했다. 수화기 너머 여성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입금했다. 뭐가 잘못된 거냐”며 반문했다. 이 과장은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다.

모든 상황을 지켜 본 동료 직원은 남성을 붙들어 두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라’는 메모를 이 과장에게 건넸다. 그 사이 또 다른 직원은 지점장방으로 몰래 들어가 112에 신고했다. 이 과장이 청약통장 등 각종 예금상품을 권유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경찰이 도착했고 남성은 체포됐다. 은행원들의 공조와 기지가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해당 지점은 지난해 3월에도 현금인출기 앞에서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하던 40대 여성을 발견하고 여성이 입금한 300만원을 발 빠르게 지급 정지시켜 피해를 막았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검찰청 직원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특정 계좌로 돈을 옮기라는 식의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억대의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 이모(25)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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