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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 탄 오너 탓 경남기업, 결국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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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 탄 오너 탓 경남기업, 결국 후폭풍

입력
2015.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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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까지는 알짜 기업

성완종 회장 인수 후부터 휘청

워크아웃 등 고비 넘겼지만

권력의 바람막이 오래 못가

금융위기, 건설업 침체 등 온갖 외풍에도 오뚝이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유지해 온 오너의 처세술이었다. 그러는 동안 기업의 속살은 곪고 또 곪았다.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또 채권단 자금 지원이 한계에 봉착하며 법정관리의 기로에 서 있는 경남기업 얘기다.

벌써 3번째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경남기업의 현 상황은 암울하다. 2008년 전까지는 매출 2조원을 자랑할 만큼 알짜배기 회사였지만, 2013년엔 3,109억원, 작년엔 1,827억원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제 자본이 완전 잠식돼 당장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선 2,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900여명 회사 직원은 물론 1,800여개 협력업체 임직원들까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회사측은 “세계 금융위기와 업계 불황 탓”이라고 하지만, 정권을 넘나들며 권력에 기댄 채 근본 처방은 외면해 온 오너 성완종(64) 회장의 책임이 무거워 보인다.

1951년 대구에서 경남토건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경남기업은 알짜배기 중견회사였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대 시공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건설회사 중에 지금껏 이 순위 안에 드는 업체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등 3곳뿐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내세울 것도 많았다. 해외 진출 1호 건설사(1965년), 부산 김해국제공항 건설 수주(1972년), 건설사 중 거래소 최초 상장(1973년) 등 업계에서 부러워할 타이틀도 꽤 된다.

경남기업이 본격적으로 휘청대기 시작한 건 대우 계열사 편입(1987년), 독자경영(2000년)을 거쳐 2003년 성 회장의 손에 넘어간 뒤부터다. 그가 깜짝 스타가 된 시점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중퇴 학력의 성 회장은 23세에 단돈 100원으로 배추 화물운송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고 이듬해인 1975년에 건설업에 뛰어들어 1982년 대아건설, 2003년 경남기업을 차례로 인수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내세울 것 없던 그의 성공신화는 남다른 처세술의 덕이 컸다. 충청도 출신 정ㆍ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이 출범했던 2000년부터 회장을 맡아 인맥관리를 했고, 자민련 →새누리당→자유선진당으로 둥지를 옮겨 다닌 끝에 2012년 국회의원이 되는데 성공(작년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박탈)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두 차례 징역형(불법 정치자금, 배임증재)을 선고 받았다가 모두 특별사면으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해외순방을 9차례 동행하는 등 확실한 ‘친이계 인사’로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정권을 넘나드는 처세의 힘이었다. 현재 차기 대권 후보 1순위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이 6년째 경남기업 상임 고문을 맡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인맥관리가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알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경남기업은 이런 오너의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2차례(2009년, 2013년) 워크아웃 심사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채권은행들의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2013년 당시만 해도 벽산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등 대부분의 부실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이었지만 경남기업은 이례적으로 채권단의 90%가 “회생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지원에 찬성했다. 더구나 채권단은 성 회장의 대주주 자격 박탈 등 내부 구조조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때 성 회장은 금융당국을 주무를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그러는 사이 회사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채권단은 20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30여곳 채권 금융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경남기업 지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경남기업이 요구하는 2,000억원의 자금 지원 요구에 채권단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만약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남기업은 법정관리 외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경남기업이 벼랑 끝에 선 데는 오너와 정치권과의 결탁에 따른 사후 관리감독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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