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한 일 호주 AIIB 관련 '적극적 고려 표명”
한중일 정상회담은 역사문제가 걸림돌 발언도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관련해 중국 당국에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중국 외교부가 20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의 AIIB 가입은 기정사실화 됐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국과 일본, 아시아 태평양의 중요 국가인 호주가 앞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의 결정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AIIB 가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호주, 일본이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서는 “그들의 결정은 AIIB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기획재정부가 AIIB에 참가하기 위해 지분 획득 문제 등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달 말까지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아울러 훙 대변인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이 이날 “대출 제공에 대한 믿을만한 메커니즘 확보 등 조건이 맞으면 AIIB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AIIB 증자 과정에서 높은 기준을 지키고 다른 국가의 장점을 널리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AIIB는 세계의 여러 다국적 은행들이 가진 좋은 방법을 흡수하는 동시에 그들이 걸어온 잘못된 길은 피하면서, 고효율의 은행 운영 시스템을 확보하며 효과적인 투ㆍ융자 플랫폼을 갖춘 국제개발은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훙 대변인은 21일 서울서 열리는 7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역사 문제는 3국 관계에서 중요한 장애였고 그 동안 고위급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요인이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역사 반성이 전제돼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훙 대변인은 또 일본 연립여당이 최근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안보법제 정비의 골격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우리는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의 관심과 우려를 존중해 평화 발전의 길을 걷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달 말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의원의 AIIB 관련 질의에 "공정한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지", "채무의 지속 가능성을 무시한 대출을 함으로써 다른 채권자에게도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인지" 등의 우려를 거론한 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해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의 발언보다 한 발짝 물러섰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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