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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리더십(leadership)이 헤드십(headship)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15.03.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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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얼마 전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사실상 와해됐다”고 독설을 날렸다. 박 대통령 후보시절 측근으로 분류됐던 그는“(국정)장악력은 이미 떨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새로운 국정 어젠더를 세워서 추진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무총리를 구하지 못해 정홍원 총리를 재활용하면서 한계가 노출됐고,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일찌감치 박 대통령 집권 2년을‘불통의 리더십’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늘 지적돼온 수첩인사, 편중인사, 비선실세 논란 등을 뭉뚱그린 것이다.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에 대한 동의는 광범위하다. ‘리더십’이 없이 ‘헤드십(headship)’만 작동한다고 보았다. 조직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리더십이고, 직권(職權)만으로 조직을 움직이려는 것이 헤드십이다. 리더십이 자발성을 상실한 채 헤드십 형태로 전락하면 대통령의 일방독주로 흐를 수 있어 국가적 리스크가 커진다.

지도자는 집단의 목표 달성이나 방향을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고 고비마다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다양한 집단, 계층간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을 때는 소통과 조정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도자의 이 능력에 따라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적으로 갈리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시급히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경제는 러닝머신처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가계부채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매우 민감하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 가입문제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나하나가 모두 한 순간에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안들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신문의 사설들을 다시 살펴봤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정리해보기 위해서다. 단연 경제분야의 빈도가 높았다. 청년실업, 저성장, 불평등, 고령화, 저출산, 연금개혁, 전ㆍ월세 대책, 비정규직, 규제개혁, 최저임금 문제 등이 주류였다. 수능제도, 사교육비, 통일, 일본 과거사 문제 등도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이 모든 이슈들이 대체로 구조적이고 해결 난망인 것이 문제다. 연금개혁이나 최저임금 문제 등은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이가 커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사교육비나 수능제도개선 문제도 갈수록 꼬인다. 외교ㆍ통일 문제는 상대가 있어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피하거나 미룰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대통령이 어떻게든 정부 조직을 동원하고, 국회를 설득하고,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집요하게 소통하고 조정을 시도하면서 꼬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조승연의 저서 비즈니스 인문학에 따르면 지도자를 뜻하는 ‘leader’는 ‘여행하다’라는 뜻을 가진 고대영어 ‘lithan’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길이 없던 시대에 이 여행가이드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다. 십자로를 만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 결정에 따라 집단의 생사가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여행가이드는 자연스레 많은 권한을 갖게 됐고 여행에 방해되는 사람을 처벌하는 등 조직의 보호를 위한 강력한 권한까지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leader’는 여행가이드에서 지도자로 의미가 발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길잡이 역할이다. 그래서 막강한 조직과 권한을 국민에게서 위임 받은 것 아닌가.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지금부터라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소하고, 정면으로 현안들에 개입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자발적 동력을 끌어내려면 그 전제는 역시 소통을 통한 조정이다. 이 점에서 최근 들어 박 대통령에게서 리더십의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조금씩 엿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조짐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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