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정년 60세’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왔는데도 애초에 일종의 병행조건으로 논의돼 온 임금피크제 도입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정년연장이 우선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비율이 전체의 13.4%에 그쳤다. 2017년부터 적용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은 7.9%로 더 낮았다. 무엇보다 미도입 사업장 가운데 72.2%는 앞으로도 임금피크제 시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연장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고령화 시대에 정년이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문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일시에 증가한다는 점이다. 현재 평균 53세 정도인 근로자 은퇴 연령이 앞으로 6년 이상 늦춰지기 때문이다.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다. 더욱이 근속 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대부분인 우리 현실에서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2013년 국회에서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 당시 정년 60세는 의무화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명문 규정을 두지 않아 불씨를 키웠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한다. 정년을 60세로 늘려도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등 법 규정을 피한 해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임금하락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또 퇴직금과 국민연금 수령액이 줄어들어 노후빈곤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거론한다.
이에 기업은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나이든 근로자를 법 시행 전에 미리 내보내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9개월여 동안 산업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문가지다. 또 최소 6년간 인원 충원을 꺼리는 ‘고용절벽’현상으로 새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IMF 이후 청년실업률이 최악에 빠져든 건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이런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합의안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대타협이 어렵다면 우선 화급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소타협만이라도 이뤄내야 한다. 노조는 임금의 부분적 양보를, 사측은 편법해고 방지를 각각 약속할 수 있다면 꼭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스스로를 3포 세대(연애 출산 결혼 포기)를 넘어 쓸모 없는 ‘잉여세대’로 자학하는 젊은 세대의 고통을 헤아려 최소한 임금피크제 도입 가이드라인이라도 내놓을 수 있기를 관련 당사자들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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