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CEO, 현장 동행 1년… 고객의 신뢰 얻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CEO, 현장 동행 1년… 고객의 신뢰 얻다

입력
2015.03.20 18:15
0 0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신한은행 재직 당시 경험 활용

1년째 매달 3차례 이상 보험설계사와 함께 직접 고객 만나

취임 이후 영업실적 크게 개선, 작년 영업이익 전년보다 27%↑

이성락(왼쪽에서 세 번째) 신한생명 사장이 지난 13일 오전 김미숙(왼쪽에서 두 번째) 설계사와 '동행'해 제주 동문시장 내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은(왼쪽에서 네 번째) 고객을 만났다. 오씨는 "보험 가입했다고 사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며 "보험에 대한 신뢰가 더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생명 제공
이성락(왼쪽에서 세 번째) 신한생명 사장이 지난 13일 오전 김미숙(왼쪽에서 두 번째) 설계사와 '동행'해 제주 동문시장 내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은(왼쪽에서 네 번째) 고객을 만났다. 오씨는 "보험 가입했다고 사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며 "보험에 대한 신뢰가 더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생명 제공

“보험 가입 시켜놓고 그 뒤론 나 몰라라 하는 설계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10년쯤 지나면 내가 보험에 들었는지도 까마득히 잊어버릴 정도에요.”

제주 동문시장에서 30년 넘게 떡을 판매해 온 오경은 아남떡집 사장이 지난 13일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남성을 따끔히 혼냈다. 오씨는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불려달라고 보험사에 맡기는데 정작 나중에 원금이나 제대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보장은 해주는지 걱정된다”는 원망도 쏟아냈다. 이 남성은 “고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사장인 제가 책임지고 관리를 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날 오씨에게 혼쭐난 사람은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이 사장이 자사 보험설계사들의 고객방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동행’이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부터 신한생명이 설계사 영업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한 동행은 이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과 부서장들이 설계사와 일대일로 짝을 맺어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신한생명 임원들은 매달 전국 212개 지점의 추천으로 선정된 설계사와 고객을 방문하고 있다. 실적이나 계약규모와 상관없이 임원들의 방문이 꼭 필요한 곳 위주로 선정된다는 게 신한생명의 설명이다.

이 사장도 매달 3회 이상 직접 영업현장을 찾는다. 지난 1년간 그가 만난 전국의 고객은 약 30여명. 보험업계에서 정기적으로 설계사와 고객을 만나는 최고경영자(CEO)는 이 사장이 유일하다.

그의 이색 행보는 은행 영업맨 시절부터 몸에 밴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 입행 이후 2006년 본점으로 옮기기 전까지 20여년간 은행 지점에서 영업업무를 맡았다. 당시의 경험이 보험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의 현장중심 경영방침이 됐다. 그는 “과거 은행 영업시절, 기업체에 가면 ‘잡상인ㆍ은행 직원 출입금지’라고 커다랗게 써놨다”라며 “그런 곳에 들어가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더라”며 영업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에 공감을 표했다.

이 사장의 현장중심 경영에 설계사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말 이 사장과 동행한 서울 신촌지점의 조주희(41) 설계사는 “기업이나 법인의 단체보험을 유치하려면 해당 회사의 임원진을 만나야 하는데 일반설계사 혼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라며 “사장님과 동행한 후에는 신뢰가 쌓이고 계약이 비교적 수월하게 성사된다”고 전했다.

이번 제주 동행을 함께한 8년차 김미숙(48) 설계사는 “제주 특유의 배타성 때문에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컸는데 사장님이 직접 내려와 고객을 만나니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성락 사장이 동행 이후에도 해당 고객에게 직접 자필편지를 보내거나, 고객 사은품을 마련하기 위해 떡 상자를 주문하는 등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해 신뢰를 쌓아준다고 전했다.

이 사장의 동행 효과는 실적으로도 연결된다. 김미숙 설계사는 동행 이후 보험계약 실적이 지난달보다 50%나 늘면서 이달 제주지점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신한생명에 따르면, 임원진의 동행 방문 후 해당 고객이 추가로 계약한 보험체결 건수가 지난해에만 224건, 액수로는 매달 1억3,300만원에 달했다. 또 동행 과정에서 만난 기존 고객들이 지인 등을 소개해 추가로 80여명이 상담을 받았고, 이중 53명이 보험에 가입했다.

이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지난해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FC존중문화추진단’을 발족시켰다. 동행 프로그램 외에도 설계사와 CEO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CEO 대화방’, 설계사의 고충을 접수해 조율하는 ‘FC만족센터’ 등도 운영하며 설계사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생명의 영업이익(832억원)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6%나 크게 늘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