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거부했다는 소식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변협이 신고 철회를 요구하는 명분으로 ‘전관예우 근절’을 내세웠듯, 아직까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이 우선 그 첫째다. 변협은 그제 성명서에서 전관예우의 핵심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들었다.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에게 주게 마련인 ‘심리적 부담’, 그리고 ‘상고사건 독점’ 과 그 결과인 ‘도장 값 3,000만원’의 병폐다.
변협은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 병폐는 결국 총체적인 사법불신의 단초가 된다.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외침으로 상징돼 온 국민의 사법불신이 상고심뿐만 아니라 하급심 절차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제 현실에서 법조계 전체가 이번 논란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로, 이번 논란은 법률시장의 현실을 일깨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법률시장도 이미 오래 전에 대형 법무법인(로펌)이 장악했고, 이에 따라 틈새 시장에서라도 살아남으려는 군소 법무법인이나 개인사무소의 수임 경쟁은 한결 치열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변협 성명서가 애써 표현하지 않았지만, 시장 약자들의 시장 강자에 대한 집단적 경계심이 엿보인다. 법률시장도 다른 시장처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 구축과 약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 요구될 만한 시점이다.
셋째로, 이번 논란을 통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후진적인 우리 대법관 출신 인사들의 퇴임 후 활동 실태에 눈길이 간다. 우리는 이번 논란을 헌법ㆍ법률적 잣대로만 잴 것이 아니라고 본다. 변호사법상 변호사로서 수임활동을 하려면 변협 등록ㆍ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고가 허가는 다른 게 상식이듯, 이미 등록 절차를 마친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끝까지 막을 수 있는 권한이 변협에는 없다. 변협이 신고를 거부하며 자진 신고 철회를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결국 차 전 대법관 스스로의 양식과 판단에 달린 문제인 셈이다.
그런데 “최고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해서 돈을 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는 변협의 지적은 꼭 새겨들을 만하다. 법치국가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라면 경제적 이익에 대한 관점이 아무리 남달라도 지나치지 않다. 명예롭게 공익과 사회봉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란이 너무나 당연시돼 온 후진적 관행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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