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남단에는 화방과 예술, 패션으로 유명한 SoHo(South of Houston Street) 골목이 있다. 한 중국 노인이 이 골목에서 미국인을 만날 때마다 “Have you eaten lunch?” “Did you eat dinner?”같은 질문을 자주했다고 한다. 과거 한국인의 ‘진지는 드셨습니까’를 연상시키는, 끼니 때마다 밥을 먹었느냐는 질문이다. 미국인들은 당연히 의아했다. 후에 그것이 중국이나 한국의 옛날 인사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귀찮고 달갑지 않아했다고 한다.
문화적 표현인 ‘comfort zone’은 일본인이 말하는 안전 지대도, 쾌감의 영역도 아닌 그냥 ‘불편하지 않은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친한 사이에는 0.5m, 그렇지 않은 경우엔 개인 영역(personal space)인 1.2m, 사회 활동에서는 3.6m 정도 거리를 둬야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이나 인도 사람들은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불편을 덜 느끼는데 반해 몽골인이나 유럽, 서양인들은 개인 영역 좌우 0.6m, 앞뒤로 각 0.7m, 0.4m 이상 떨어져 있어야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1, 2m 정도 떨어져 있어야 매너가 되는 셈이다. 옷을 걸치지 않고 활동하기 가장 편하다는 온도인 섭씨 28~30도처럼 사람에게는 각자 편안한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개인 privacy가 중시되는 현대인에게 comfort zone은 거리나 환경뿐 아니라 심리, 정서적인 요인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Susan Oak과 Virginia Martin의 공저 ‘American/Korean Contrasts: Patterns and Expectations in the U.S. and Korea’에는 한국인 특유의 체면 눈치 기분 분위기 정(情) 한(恨) 등이 소개된다. 여기서 체면은 face saving으로 번역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인 특유의 체면 정서를 담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상대를 살피는 행동인 눈치는 그냥 neunchi로 표기한다. 이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편한 범위를 의미한다. 서양인의 privacy처럼 한국인에게는 체면이나 눈치가 comfort zone을 살피는 정서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고 아무데나 주차하며 남의 길을 막고 떼를 쓰는 한국인을 보면 체면과 눈치를 강조하는 우리의 정서는 외국인에게 모순 덩어리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상대의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이라는 눈치의 의미는 예리하지만 요령과 변칙을 내포하고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한국인의 ‘정(情)’을 attachment, ‘한(恨)’을 ‘bad vibes’ ‘negative vibes’같은 짧은 단어로 표기한들 외국인에게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기는 어렵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심오한 정서(情緖)도 의미는 좋을지언정 영어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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