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참혹한 사건 현장 찾아, 언론도 사건 대대적으로 재조명
교주 딸 "아버지가 지시 못 믿어"
1995년 3월20일 오전8시, 월요일 아침 출근인파로 붐비는 도쿄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영문도 모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지요다(千代田)선, 마루노우치(丸內)선, 히비야(日比谷)선 등 3개 노선의 5개 차량에 맹독성 사린가스가 무차별 살포돼 11명이 죽고 5,5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도쿄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다.
사건발생 20주년을 맞은 20일 일본사회는 참혹했던 상처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풍경이다. 사건 현장엔 피해자들이 속속 모여들어 추모행사가 열렸고, 일본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고덴마초(小傳馬町)역을 찾은 다케나카 에이코씨는 아직도 당시 끔찍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지하철이 갑자기 서자 그는 지각 사실을 회사에 알리기 위해 역내 공중전화로 향했다. 그러나 곧 “공기가 나쁘니 빨리 지상으로 나가라”는 다급한 안내방송이 나오고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지하공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눈의 통증을 참고 간신히 개찰구를 빠져 나오자 수많은 부상자들이 널 부러져 있는 아비규환이었다. 썩은 양파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람들이 기침을 하며 누워있었지만 불이나 연기도 보이지 않았다. 화재인지 폭발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공포.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역무원의 부축을 받던 피해자들의 모습이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언론인 고토 겐지씨가 이슬람국가(IS) 대원에게 살해된 데 이어 튀니지 박물관 총격테러로 갓 대학을 졸업한 22세 여성과 어머니 등 일본인 3명이 숨지는 등 해외테러가 잇따르면서, 일본 사회는 도쿄지하철 사린 테러 20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옴진리교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하고 있다. 신자수가 1만1,400여명에 이르던 옴진리교는 1995년 법원 해산명령으로 해체됐지만 추종세력이 2개 분파로 나뉘어 요가교실 등을 가장해 활동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활동하는 신자가 1,650명에 이르며 이중 60% 이상이 35세 미만 젊은이들이다. ‘중생구제’란 미명하에 취업난에 희망을 잃은 젊은층을 SNS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의 딸 마쓰모토 리카(31)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해 주목을 끌었다. 리카는 어릴 때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턱수염을 만지며 놀곤 했다며 자신은 아직도 아버지가 치명적 테러를 직접 지시했다고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인 아버지가 그처럼 복잡한 행위를 주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란 것이다. 아사하라와 추종자 12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리카는 또 아버지가 법정심리 과정에서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 세속으로부터 해방돼 성인 같은 지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아버지가 미쳤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사하라의 근황을 “몸은 앙상했고 피부는 벗져지고 있다, 머리는 하얗게 세 대머리가 되고 있었으며 안구가 없어 눈은 공허하며, 이도 빠졌다”면서 면회 때마다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도쿄=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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