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부터 사용한 메트포르민, 체중 감소·지질 호전에도 효과
DPP-4 식후 지방혈증 개선 등 인슐린 분비 약한 한국인에 효능
한국인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당뇨병 환자이거나 잠재적 당뇨병 환자다. ‘당뇨대란’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 당뇨병 환자는 74.7%가 비만이나 과체중이고, 54.6%는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에 따라 혈당 조절 이외에 몸무게, 혈압, 지질, 염증 개선 등 다방면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멀티플레이어’ 당뇨병 약(혈당강하제)이 각광을 받고 있다. 60년 전부터 쓰여 온 메트포르민은 몸무게와 지질, 타이졸리딘디온계는 혈압과 지질 등을 호전시킨다. 최근 미국 알베르트아인슈타인대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을 먹은 환자가 다른 혈당강하제를 먹은 환자보다 수명이 더 길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메트포르민의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 노인병 예방과 건강수명 연장 효과에 대한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DPP(디펩티딜 펩티다제)-4억제제는 혈당 강하와 함께 지방혈증 개선, 내피세포 기능 개선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신 혈당강하제인 SGLT(나트륨 포도당 공동 수용체)-2억제제의 경우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몸무게와 혈압, 지질까지 줄이는 1석 4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대 처방약, DPP-4억제제
DPP-4억제제는 혈당 강하 외에도 여러 가지 심혈관 위험인자를 개선하고 있다. 체중이나 혈압 감소, 식후 지방혈증 개선, 산화스트레스 감소, 내피세포 기능 개선 등이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총콜레스테롤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Nature Reviews Cardiology’ 2013년 10월)되고 있다. 윤 교수는 “DPP-4억제제는 DPP-4 효소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인크레틴 호르몬 활성을 늘려 혈당 조절 기능을 최적화하고, 저혈당과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했다.
DPP-4억제제는 특히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한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 실제로 자누비아는 한국과 중국, 인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임상 시험한 결과,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7% 이하가 정상)가 1.03% 감소했고, 특히 한국인은 평균 1.37%가 줄었다.
DPP-4억제제는 자누비아(MSD)를 비롯, 네시나(다케다제약), 가브스(노바티스), 온글라이자(BMS),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 제미글로(LG생명과학), 테넬리아(한독약품) 등이 있다. 지난해 처방액이 2,6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혈당강하제의 최강자다.
DPP-4억제제와 같은 종류(인크레틴 요법)의 치료제로 분류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도 탁월한 몸무게 감소(3~4㎏) 효과와 함께 혈압 강하, 중성지방 개선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나타난다.
1석4조 효과, SGLT-2 억제제
최신 혈당강하제인 SGLT-2억제제는 혈당 조절 뿐 아니라 몸무게와 혈압, 지질까지 줄이는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74.7%가 과체중이나 비만이고, 54.6%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어 SGLT-2억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GLT-2억제제는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소변으로 하루에 70g 정도(280㎉ 해당)의 포도당을 몸 밖으로 배출하게 만든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므로 혈당이 조절될 뿐만 아니라 몸무게와 혈압도 함께 떨어진다. 또한 다른 혈당강하제나 인슐린과 병용하면 혈당 조절 효과도 뛰어나고, 인슐린 저항성의 발현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단계의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1번만 먹으면 될 정도로 복용이 편리하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메트포르민 이후에 쓰이고 있는 DPP-4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이라며 “메트포르민+DPP-4엑제제+SGLT-2억제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비롯, 한국얀센의 ‘카나글리플로진’(미국 제품명 인보카나),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릴리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아스텔라스제약의 '슈글렛정'(성분명 이프라글리플로진L-프롤린) 등 4종의 SGLT-2억제제가 국내 출시됐다.
우려도 없지 않다. 일본당뇨병학회는 SGLT-2억제제에 대한 기존 권고를 개정했다. 이 약이 저혈당, 중증 탈수, 뇌경색 등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SGLT-2억제제가 요로와 생식기 감염 등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다른 당뇨병 약과 같이 먹을 때 저혈당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트포르민ㆍ피오글리타존ㆍ인슐린
전통적인 혈당강하제인 메트포르민도 혈당뿐만 아니라 체중, 지질 등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내과학회(ACP)가 79개 혈당강하제를 종합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이 티아졸리딘디온계와 비교해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평균 14.21㎎/dL, 로시글리다존보다 12.76㎎/dL 만큼 더 줄였다. DPP-4억제제(5.9㎎/dL)와 비교해서도 더 우수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효과를 보였다.
티아졸리딘디온계 혈당강하제인 피오글리타존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는 메커니즘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PROactive연구). 인슐린 글라진은 동맥경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ORIGIN-GRACE연구)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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