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성지 기행의 실체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잉글랜드 북부 호반 도시 레이크 디스트릭트에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생가가 있다. 시인이 말년을 보낸 집과 그 옆 박물관엔 지금도 워즈워스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학 기행’이라는 격조 높은 유랑이 문학의 향기를 흡입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될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대한 냉소적인 답변이다.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그리스문학 교수인 사이먼 골드힐은 셰익스피어의 생가, 워즈워스의 오두막, 브론테 자매의 목사관 등 이른바 문학의 성지들을 찾아 다니며 문학 기행의 실체를 폭로한다. 저자의 현미경에 포착된 예술가의 생가는 “덧칠된 기억과 조작된 이미지, 그걸 부추겨온 엉터리 기록자들과 싸구려 상업주의”의 범벅이다. 의혹과 불만으로 가득 찬 저자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왜 문학기행을 하는가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까지 제시한다. 뜨인돌?256쪽?1만4,000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현장기자가 본 미래 경영 트렌드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 나우/ 장학만 지음
1935년 미국 S&P 500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에 달했지만, 2011년 S&P 500 기업의 평균 수명은 18년에 불과했다. 복잡다단한 환경에서 기업의 수명이 날로 짧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래의 경영 트렌드를 읽기 위해 저자는 17개 국내외 주요 기업을 탐방, 내부 핵심인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구글, IBM, 소프트뱅크, 벤츠, GE, 듀폰 등 많이 알려진 기업들은 물론 알리바바,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신흥 기업, 그리고 유니클로, 테슬러, 디즈니 등 혁신 기업들을 망라한다. 한국일보에 연재한 글을 뽑아 모은 것으로, 현장 핵심인력들의 인터뷰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을 촘촘히 배치해 이들 기업이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고 현재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담았다.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ㆍ360쪽ㆍ1만6,000원
이윤주기자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노예제도
노예의 역사/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프랑스의 철학자인 저자가 5,000년 인류 역사 속 다양한 노예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고대 그리스시대 노예제도에서 출발해 중세서양 봉건제, 16세기 흑인 노예무역, 21세기 아동노예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노예제는 종교, 가족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 제도”라는 세간의 주장을 반박한다.
노예제도가 인간의 도덕적 의식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이지만, 중동권에서는 여전히 노예가 동산(動産) 개념으로 거래되는 등 21세기에도 노예제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노예제도의 역사를 재구성한 시도는 인상적이지만, 작금의 노예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불관용과 비타협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달하면 다소 허무해진다.
하정희 옮김ㆍ예지ㆍ390쪽ㆍ2만3,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