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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에세이] "늘어나는 불륜 상담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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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에세이] "늘어나는 불륜 상담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하소연

입력
2015.03.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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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하면서 ‘전쟁영웅’으로 칭송 받았던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2012년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하던 여성 작가 폴라 브로드웰과의 불륜사실이 드러나 공직에서 퇴출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혼외정사로 인한 불륜 스캔들로 명예가 추락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치적ㆍ경제적으로 지위를 획득한 남성들은 자신의 지위나 경제적 강점을 이용해 불륜을 저지른다”고 지적한다. 또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각종 성형을 통해 나이보다 젊게 꾸며 연하남과의 교제를 꿈꾸는 ‘쿠커 신드롬’에 빠진다”고 했다.

5년 전 서울 강남에 정신건강클리닉을 연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상담 신청 내용의 대부분이 남편과 아내의 불륜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지만 매일 불륜 관련 상담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 자신이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렀다는 호소다. 그는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70년대 성문화가 극도로 문란했던 프랑스 파리를 옮겨 놓은 것 같다. 불륜문제 정말 심각하다”라고 토로했다.

요즘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고 있는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은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속물근성을 끄집어내 현대인의 일그러진 욕망을 풍자해 인기다. 자신을 사랑한 난쟁이를 외면하고 키스 한방에 왕자와 결혼을 한 백설공주는 성적욕구를 채우지 못해 왕자와 이혼한다. 궁중에서 매일 파티를 열다 재정난에 봉착, ‘개털’이 된 왕자와 이혼한 신데렐라는 무도회를 떠돌며 돈 좀 있어 보이는 왕자들만 나타나면 자신의 장기인 구두를 벗어 던지며 추파를 보낸다. 우리 주위에도 ‘불금’만 되면 새벽 4시까지 파트너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40~50대 부나방들이 적지않다. 영등포 ‘M'나이트클럽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먹고 살려고 운전대를 잡았는데, 역겨워서 못 하겠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결정을 내린 지난 2월 26일 도심 나이트클럽은 ‘자유의 몸’이 된 것을 자축하는 성인 남녀들로 불야성을 이뤘단다. 간통죄 폐지 후 불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접속을 차단했던 ‘애슐리 메디슨’ 사이트도 최근 부활했다. 회원등록 후 스마트폰용 앱을 실행하면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부터 연애할 수 있는 이성들의 목록이 사진과 함께 나열되는 이 사이트는 지난해 3월 국내에 출시되자 한 달도 안 돼 수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간통죄가 폐지됨에 따라 바람을 피운 사람이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 받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족들이 겪을 고통과 파탄의 책임에까지 면죄부가 주어질 순 없다. 부모의 일탈은 아이의 머리와 가슴에 엑스레이보다 더 선명하게 간직되기 때문이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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