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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실없거나 뼈 있거나

입력
2015.03.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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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좋아한다. 농담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것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농담을 할 땐 번번이 짓궂은 소년이 되고 농담을 들을 땐 나도 모르게 어리숙한 청년이 된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먹한 사이에 균열이 나는 순간은 매번 마음에 담곤 한다. 농담은 으레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호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지만, 어설프거나 도가 지나친 농담은 관계를 오히려 해치고 만다. 어색함을 깨고자 한 말이 오히려 살얼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어색한 자리에서 농담을 꺼냈지만 이를 깨닫고 난 뒤에는 편하고 느슨한 자리에서 농담을 풀어놓는다. 서로를 잘 알고 있을 때에만 농담의 방향을 가늠하고 농담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말이다. 농담에도 다름 아닌 농담(濃淡)이 필요한 것이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둔중한 것으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실없는 줄 알고 받아들였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농담에 실(實)이 있다는 것은 뼈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농담은 가슴속에서 쉬 지워지지 않는다. 열매가 다 익고 뼈가 다 녹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농담은 잉여인 경우가 많지만, 잉여이기 때문에 앙금이 될 확률이 높다. 실 있는 농담을 받아들여 앙금이 아닌 뼈로 만들 때 우리는 단단해질 수 있다. 비로소 다음 농담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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