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실패해도 원리금 상환 면제
묻지마 지원에 감독 없는 '눈먼 돈'
검찰 "목적 맞게 썼는지 집중 수사"
MB맨 성완종 회장 가족계좌로
수십억 유입 단서도 포착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국가에서 빌린 300억원대의 성공불융자금 대부분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수십억원이 성완종(64) 경남기업 회장의 가족 계좌로 흘러 들어간 단서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외교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에서 압수해 온 회계자료를 분석, 성공불융자금의 지급경위와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강도를 높였다.
경남기업은 2005~2006년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개발사업을 비롯, 1998년 이후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총 330억여원의 성공불융자금을 국가에서 초저금리(0.7%)로 빌렸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이 돈을 자원개발이 아닌 비자금 조성 등 다른 용도에 썼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해외자원개발 및 재무회계 실무진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며, 자금 흐름이 파악되는 대로 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이명박(MB)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MB맨’으로 분류되는 성 회장은 2012년 19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작년 6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수사 초점으로 떠오른 성공불융자금은 성공률이 낮은 해외 자원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1984년 도입됐다. 자원개발에 성공하면 원리금을 포함해 순수익금 20%에 달하는 특별부담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지만 실패할 땐 원리금 상환이 면제된다. 해외자원개발 사업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부 공무원, 공기업 임원, 관련 전문가 등 30인 이내로 융자심의회를 통해 성공불융자 지원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이익단체 격인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융자심의회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심의회가 지원 신청을 부결한 사례가 매우 드물 만큼 ‘묻지마 지원’이 남발됐다. 지원 이후에는 자금 집행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선 이 돈을 ‘눈먼 돈’으로 불렀다. 2008~2014년 논의된 209건의 융자 안건 중 205건(1조3,422억원)이 가결됐을 정도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가 1조1,582억원의 성공불융자를 집행했으나, 회수한 금액은 61% 수준인 7,125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국가예산에서 지급되는 성공불융자금을 경남기업이 해당 목적에 맞게 집행했는지를 보는 게 이번 수사의 주요 대상”이라며 “(융자 집행의 감독 책임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공불융자금을 받은 기업들 모두를 다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없다”며 지원받은 기업 전반을 수사하지는 않을 뜻을 비쳤다. 그러나 자금지원을 주도한 석유공사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이란 강제수사를 동원한 만큼 향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 결정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수사에서 캄차카 사업의 정확한 실패 이유가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2010년 석유공사와 경남기업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경제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계기는 러시아의 사업권 연장 거부였다. 당시 한국컨소시엄이 2008년까지 이행키로 한 의무탐사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사업비가 정상 투자되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 빼돌려진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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