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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밀월… 미셸 오바마 방일 '다목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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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밀월… 미셸 오바마 방일 '다목적 메시지'

입력
2015.03.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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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주도 캠페인에 390억원 지원

아베 직접 일왕 부부와 만남 주선 등

국빈 수준 예우로 양국 동맹 과시

오바마, 한국엔 한차례도 동행 안해

동북아시아 외교전서 소외 지적도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부인이 19일 일본 도쿄의 왕궁을 방문해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미셸 여사는 일왕 내외와 약 40분간 환담을 나눴다. 도쿄=AP 연합뉴스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부인이 19일 일본 도쿄의 왕궁을 방문해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미셸 여사는 일왕 내외와 약 40분간 환담을 나눴다. 도쿄=AP 연합뉴스

18일 홀로 일본을 방문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총 집중돼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줄곧 미셸 여사와 동행하며 일정을 챙겼다. 표면적으로는 내달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퍼스트레이디를 앞세운 부드러운 외교라는 입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일 동맹 과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에 간접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복잡한 방정식이 숨어있다.

미셸 여사는 19일 도쿄에서 미일 양국정부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해 “세계 각지에는 총명하고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여학생들이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손실”이라며 “여성 교육을 확충하면 전세계 경제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미셸 여사와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여학생에게 교육을(Let Girls Learn)’캠페인 일환으로,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여성의 교육 참여를 독려하도록 돕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개발도상국원조(ODA) 자금으로 향후 3년간 약 42억엔(약 39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해, 미셸에게 통 큰 선물을 안겼다. 아키에 여사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일본다운 지원을 한 것”이라며 “미국이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가는 것을 환영한다”며 미일동맹을 강조했다.

미셸은 이날 오후 아키히토 일왕 부부와 만났다. 이 만남은 아베 총리가 주선했다는 후문이다. 해외 정상들이 국빈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만 일왕을 만다는 점에서 미셸을 국빈 수준으로 예우한다는 의미로 일본 정부가 미셸의 방문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분명히 보여준 장면이다. 이날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도 만났다.

미셸은 지난해 3월 20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만나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친바 있다. 당시 이들의 패션과 거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노출돼 미중 정상회담 못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불과 며칠 후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정세,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선언을 둘러싼 논의를 가졌다. 오바마 정부는 무거운 주제로 경직될 수 있는 정상회담 직전에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우호를 연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았다.

19일 일본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도쿄의 이쿠라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아베 여사와 여성의 교육을 위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일본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도쿄의 이쿠라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아베 여사와 여성의 교육을 위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셸 여사의 이번 방일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내달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18년만의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사안들은 모두 일본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까다로운 이슈들이다.

아베 총리의 부적절한 과거사 발언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번 미셸 여사의 방일이 미일동맹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미셸 여사가 지난해 일본을 빼고 중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오바마와 아베 미일 정상간의 밀월관계에 금이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었다. 하지만 내달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셸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로서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게 됐다. 미셸을 국빈급으로 예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미셸의 이번 행보를 놓고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셸 여사는 평소 한국과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단 한차례도 한국방문에 동행한 적이 없다. 집권 1기에는 개인일정이 겹쳐 방한이 무산됐고,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는 두 딸의 봄방학 일정에 맞지 않아 오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방한도 오바마 대통령 혼자였다.

외교 관계자는 “최근 미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외교전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셸 여사의 중일 양국 방문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며 “특히 미셸 여사의 나홀로 일본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못지 않은 화제거리를 낳는다는 점에서 향후 방한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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