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금리인상 신호등을 켰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어제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에 인내심을 발휘할(be patient)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이로써 FED의 기준금리 입장은 이전의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에서 지난해 12월 ‘인내’를 전제로 한 인상 방침으로 바뀌었고, 이번에 ‘인내’마저 삭제함으로써 실제 인상의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 됐다. 다만 시점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이 설 때”라고 밝혀 조기 인상 우려는 다소 누그러뜨렸다.
‘인내’를 버리고 ‘합리적 확신’ 조건을 새로 붙인 FED의 입장은 ‘금리를 올려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2.6~3.0%에서 2.3~2.7%로 대폭 낮출 정도로 경기가 기대보다 부진한 점, 낮은 인플레율과 강달러에 따른 부정적 효과 등을 감안한 것이다.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는 제닛 옐런 Fed의장의 단서에도 불구하고 인상시기가 9월로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며 국내외 시장이 일제히 환호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국내서도 어제 주식과 원화가 급등하고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등 봄바람이 불었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 지속을 전망하며 코스피 2,100 공략을 기대했고, 일각에선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Fed가 언제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는 ‘사실’보다, 인상 시점을 늦출 것이라는 모호한 ‘암시’에 기댄 시장심리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본질적으로 희망 섞인 기대에 불과할 뿐, 순식간에 닥치는 위험까지 감당하진 못한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섣부른 낙관론에 휩쓸리기보다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보면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응태세를 다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향후 내외 금리상황의 요동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부도 지금부터 미국 금리인상이 부를 취약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이나 가계부채 및 단기외채 등 대내외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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