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글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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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글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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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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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을 ‘미리 온 통일’이라고도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주민들이 부닥칠 사회 재적응 과정을 앞당겨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말 현재 2만7,500여명에 이르는 ‘미리 온 통일’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은 암담하다. 대다수가 가난과 생활고에 찌들고 차별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북한과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 행을 결행하고, 범죄유혹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러 부적응 이유 중에서 남북간 언어 장벽도 한 몫 한다.

▦ 남북언어 이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북 언어차이가 생활언어는 30~40%, 전문용어는 60%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장벽이 탈북민의 차별을 부르고 소외감을 부추겨 사회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탈북 청소년들의 언어장벽 극복을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 ‘글동무’가 나왔다는 뉴스는 그래서 더 반갑다. 이 앱을 가동해 바코드 찍듯이 특정단어를 비추거나 입력하면 해당 북한단어와 뜻풀이가 나온다. 일종의 디지털 사전인데, 고교 국어교과서 3종에서 추출한 단어와 생활어 등 3,600개 단어의 변환서비스를 제공한다.

▦ 이를테면 탈북민들에게 생소한 단어‘횡재하다’에 갖다 대면‘호박 잡다. 노력도 없이 뜻밖에 돈을 얻거나 좋은 일이 생기다’라는 검색결과가 뜬다. 사용자참여 기능도 있다. 수록되지 않은 단어의 신규등록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앱 제작에는 탈북민이 함께 참여했다. 교과서 단어를 추출하고 해석하는 1차 작업은 탈북민 출신 대학생들이 맡고, 2차 감수는 북한에서 교사 등의 경력이 있는 전문자문위원들이 담당했다고 한다.

▦ 이 앱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제일기획과 비영리교육봉사법인 드림터치포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합작품이다. 착안이 참 좋다. 남북 언어장벽 문제는 청소년기의 탈북자들에게 한층 예민하다. 한동안 남한사회에선 기피 단어였지만 ‘동무’란 말이 탈북 청소년들에겐 한층 친근하고 포근할 듯도 하다. 우리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정작 주변의 탈북자들 삶에 무관심하고 은연중 차별에 가담하기가 쉽다.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 자연스럽게 어울려들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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