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넷에 개설한 독자와의 대화 문답에서 지난 이라크전쟁을 예로 들어 ‘반전’ 메시지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루키는 인터넷 사이트 ‘무라카미씨의 거처’에서 16일‘전쟁의 불안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단 독자의 질문을 받았다.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30세 여성 모리사와는 하루키에게 “지난해부터 일본에서는 다시 전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전쟁은 시작되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되니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전쟁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불안에서 오는 착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모르겠다”며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하루키는 이에 대해 “제가 미국에 살고 있을 때 미국은 몇 가지 전쟁에 휘말렸다”며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이라며 대답을 시작했다.
하루키는 “일단 전쟁에 휘말리면 사람은 모두 크든 적든 머리가 이상해진다고 느꼈다”며 “보통 때는 알만한 것을 알지 못하게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이라크전을 들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미군이 근거도 충분하지 않은데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데 의구심을 품었는데 그 때문에 당시 미국에 만연한 반프랑스 감정은 거의 비이성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하루키는 “주요 신문까지도 ‘제2차대전에서 프랑스를 독일군에게서 해방시켜주지 말 걸’ 하는 천박한 기사를 실었다”며 “보통 때 미국이라면 있을 수도 없는 폭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까지 머리가 과열되면 열이 내릴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열이 내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라크전의 후유증으로 세계가 지금과 같은 큰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키는 “어쨌든 머리에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인이야말로 머리를 언제나 차갑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데도 일부는 머리에 피가 몰리도록 하고, 불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짓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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