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과거청산 실패 젊은층 불만, IS 외국인 대원 최대 공급처로
테러戰 명분 권위주의로 후퇴 우려, 수습 실패하면 정권 막내릴 수도

18일 발생한 박물관 총격 테러 사건을 계기로 2010년 중동 민주화 바람의 발상지인 튀니지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튀니지는 중동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테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튀니지에서는 이슬람 극단세력 이슬람국가(IS)의 활동도 활발해 민주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튀니지, 민주화 세력과 IS 세력 간 갈등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 튀니지에서 갈등이 고조되던 민주화 세력과 IS 간 치열한 세 대결이 이번 테러 사건을 통해 외부로 적나라하게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2010년 지네 엘아비다네 벤 알리의 장기 독재정권을 타도한 민주화 세력은 지난해 말 첫 민주적 총선과 대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반면 IS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로의 복원을 목표로 튀니지의 민주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벌어진 박물관 테러는 IS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IS는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이번 박물관 총격을 “튀니지 무슬림 속에 있는 이교도들과 악의 무리에 대한 축복받은 침략”이라고 묘사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이자 튀니지 군부 출신 부바케르 엘하킴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IS에 충성맹세를 하면서 “튀니지 좌파 정치인들을 암살할 계획을 곧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튀니지가 이슬람 원리주의에 의해 통치되지 않는 한 튀니지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고 위협했다. 좌파 정치인들은 민주화 세력을 말한다.
이번 테러를 벌인 범인들의 당초 목표도 박물관이 아닌 당시 국회의원들이 테러방지법안을 논의하던 국회의사당이었다. CNN은 “범인들이 국회의 보안 수준이 견고하자 그 근처의 박물관을 목표로 삼았다”며 “IS가 최근 우상숭배란 이유로 이라크 박물관 등에서 고대 유물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9일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야신 아비디와 하템 카치나위를 테러 용의자로 지목했으며 튀니지 당국은 9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23명이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튀니지, 민주화 과정 후퇴하나
이번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IS 무장테러가 본격화하면서 튀니지의 민주화 과정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IS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테러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IS에 대한 튀니지 국민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고, IS의 한 지지자도 트위터에 “이번 테러가 튀니지 테러 공세의 시작일 뿐”이라고 글을 올렸다고 텔레그레프가 전했다.
특히 튀니지는 IS 가담 외국인 대원들의 최대 공급처 중 한 곳일 정도로 IS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NYT에 따르면 IS에 가입하려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튀니지인들은 약 3,000명으로 추정된다. 튀니지는 수년 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세력들이 치안을 맡는 등 과거청산에도 실패하면서 젊은 세대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IS가 이러한 젊은이들을 집중적으로 전투원으로 포섭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경제 안정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격퇴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IS에 의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며 튀니지의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 민주화 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집트의 경우 아랍의 봄 이후 군사독재 정권이 무너졌지만 이슬람세력에 의해 혼란이 야기돼 군부가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민주화 과정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IS 격퇴를 명분으로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경우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에셉시 대통령이 이번 테러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첫 민주주의 투표로 당선된 에셉시 정부의 생명도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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