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환 병원장 운영 수탁권 포기
이승훈 청주시장 "직영 어렵다"
새 위탁자 없으면 폐쇄 가능성
노사 갈등으로 1년 넘게 파행 운영돼 온 충북 청주시립 노인전문병원이 위탁 운영자의 수탁권 포기로 일단 노사분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병원 정상화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위탁 운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주시노인병원을 운영해 온 한수환 병원장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힘도 없어 위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와 투쟁, 노동 행정관서의 비이성적이고 편파적인 행정지도, 노조 눈치를 보느라 원칙에도 없는 감사와 고발을 한 청주시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고 병원운영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2년부터 해마다 수억원의 적자와 6억원이 넘는 가압류 등으로 병원 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 예산을 받고도 청주시가 1년 넘게 보류하고 있는 치매거점병원 장비지원 역시 받지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청주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직영을 하든 새로운 위탁자를 찾아 인수인계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주 모 의료법인 출신의 한 원장은 2011년부터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개인자격으로 위탁해 운영해왔다. 위탁 만료일은 오는 12월 29일이다.
한 원장의 위탁권 포기로 병원의 노사 분규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 병원 노사 갈등은 지난해 3월 시작됐다. 체불임금 지급과 간병사 교대근무제 등의 근로방식 변경 건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노조는 청주시에 한 병원장과의 위탁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벌였고, 병원 운영에 불안감을 느낀 환자와 의료진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병원이 파행 운영됐다.
청주시가 중재에 나서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사 양측은 경쟁적으로 고소·고발을 제기하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병원장의 위탁권 중도 포기로 청주시는 즉각적으로 인수인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19일 병원을 긴급 방문해 환자 현황 등을 점검했다.
청주시는 조만간 병원 위탁운영자 재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새 위탁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누적된 적자와 노사 갈등이란 불씨를 떠안고 선뜻 나설 후임자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전에 이 병원을 운영했던 J의료재단도 노사 분규 등의 이유로 2011년 운영권을 반납한 바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청주시도 최악의 경우 병원 폐쇄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시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시노인전문병원 새 위탁운영자를 찾지 못한다해도 시가 병원을 직접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병원 폐쇄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시설 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하기 위해 요양병원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한 원장의 위탁권 포기와 관련, 이 병원 노조는 “한 원장이 스스로 병원 운영을 포기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150여명의 환자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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