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저작권료 수입 1위… 김이나씨 노하우 담은 책 내
올해 기준 대한민국 작사가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오른 작사가 김이나씨가 작사 노하우를 담은 책 ‘김이나의 작사법’(문학동네)을 펴냈다. 김씨는 지난 10년 간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조용필 ‘걷고 싶다’, 아이유 ‘좋은 날’,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가인 ‘피어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 ‘나타나’ 등 300여곡의 노랫말을 썼다. 19일 동교동 카페꼼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씨는 “작사가 지망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작사가가 될 수 있는지 문의를 너무 많이 받아 부채감 때문에 책을 쓰게 됐다”며 “감성적인 글보다는 최대한 실용적인 조언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중에 그대를 만나’의 숙명적 분위기부터 ‘피어나’의 도발적 느낌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김씨는 많은 작사가 지망생의 롤모델이다. 그러나 정작 김씨 본인은 작사가를 목표로 달려오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어떤 노래가 좋아지면 가수보다는 작곡가를 먼저 검색했어요. 그리고 작곡가든 뭐든 대중음악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러니까 꼭 창작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 산업의 일원이 되고 싶었어요.”
음반기획사 제작팀장, 음반 자켓 디자이너 등으로 일하던 김씨에게 작사가의 길이 열린 것은 작곡가 김형석씨를 만나면서다. 작곡을 가르쳐 달라는 김씨에게 김형석씨는 글을 재미있게 쓰니 작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의 노랫말을 썼고 그렇게 작사가로서 첫 발을 뗐다.
자신의 경험이 그랬듯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는 비결은 “빠심(팬심)”이라고 김씨는 꼽았다. 일단 노래에 빠져들고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삶을 상상하면서 가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용필, 이선희 선생님 노래의 가사를 썼지만 그 분들을 사적으로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평소 그 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있죠. 그 이미지가 노랫말의 데이터가 돼요.”
포크의 시대에는 시에 비견되기도 했던 대중가요 가사는 최근 어휘, 서사, 메시지 등 모든 면에서 문학과는 동떨어지는 추세다. 아이돌 가수와도 많은 작업을 했던 김씨는 최근 가사의 선정성과 경박함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김씨는 “가사는 시가 아니며, 작사는 실용음악에 속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사는 어떤 곡이 유행을 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크가 창궐했을 때는 그에 맞는 시적이고 자전적인 가사들이 나오고,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이 유행하면 그 리듬을 살릴 수 있는 가사가 늘어나는 거죠.” 메시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싱어송라이터의 몫”이라고도 했다.
그는 가장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로 나훈아를 꼽았다. 그는 “선생님들의 곡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게 되고 깊이 있는 가사를 고민하게 된다”며 “그 노랫말이 거장의 연륜에 실려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표현될 때 작사가로서 최대의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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