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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활성화의 사회복지학

입력
2015.03.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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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야 대표를 비롯한 말 좀 한다는 정치인들이 요즘 모두 경제활성화를 외칠 정도로 경제가 화두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활성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나지막이 깔리는 대중의 한숨은 더 깊어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공직ㆍ정치인 생활 수십 년 하는 동안 좋은 자리에 살 집 하나, 게다가 재테크 차원에서 ‘자그마한’ 부동산 정도는 기본으로 소유하고 인생 100세까지 살아도 주말 골프 부담 없이 갈 정도 자산을 모아놓으신 분들이 외치는 경제활성화가 누구를 위함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활성화 대상으로서 경제의 실체가 무엇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은 사적소유권에 있다. 사적소유권은 배타적 성격을 갖는다. 개인은 소유물을 가공ㆍ소비ㆍ이전할 권리를 갖는다. 또한 소유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독점할 권리도 갖는다. 사적소유권은 시장경쟁이 모두에게 공정한 조건에서 일어남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면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더해져서 사적소유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경쟁질서는 자연스럽게 보장되지 않는다. 한번 갖게 된 사적소유권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독과점 카르텔 형성, 배타적 소유권 행사에서 오는 부정적 외부효과(환경 파괴 등), 극심한 양극화, 능력과 관계없이 대를 이어가는 기득권, 탈세ㆍ탈루 등을 통한 지하경제 형성 등이 예이다. 그 결과 상당수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통념에 걸맞는 사적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결과도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장경제적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활성화 정책 역시 일종의 시장경제적 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경제활성화 정책의 기조는 사적소유권의 오남용에서 발생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적소유권을 많은 사람들이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 은행 융자 받아서 집 사라는 정책 기조인 반면 다음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식 발전주의 국가체제의 강력한 보호 없이 현재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천문학적 숫자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면서도 국가 연구지원비를 받고 각종 사업에서의 특혜를 받는 대기업의 모습을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공직생활 중 부동산 ‘투자’도 하고 다운계약서도 작성했던 것을 당시의 관행으로 이해를 구하는 ‘보편적’ 상황을 사람들이 그냥 너그럽게 받아들이고만 있다고 보는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지하경제의 실체를 어떻게 드러내서 ‘소유 있고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할 생각은 있는가?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지 못해 새로 빚내서 좀 더 값이 싼 ‘빌라’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ㆍ30대의 상당수가 아예 집 소유를 포기하고 좋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사적소유권 확대로써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있다고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인가? 사적소유권이 이 땅에서 정당성을 인정 받고 지속가능 발전사회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사적소유권의 오남용 문제를 바로 잡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소유ㆍ소득 있는 곳에 제대로 과세하는 조세정의를 하루빨리 확립해야 한다. 국가의 보호와 국민적 지원 속에서 성장한 대기업은 법인세 인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근로자 보호로 답할 때이다. 과거 관행 덕에 부와 지위를 축적한 지도자는 맨손의 대중이 평생 빚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경제활성화를 더 이상 고집하지 말라. 먼저 본인들이 ‘관행’으로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고민해보라. 그렇다면 부가세 등 간접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도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기득권층의 사적소유권에 대한 직접세 부과 등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면 지하경제 규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세 자영업자 대상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조세정의에 따른 사적소유권 정당성 확립은 복지 재원의 지속적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 경제활성화에 기초한 사회복지학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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