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
미국 의회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일부 의원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리가 미국 양원이 모두 소집된 가운데 연설을 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이 가열되면서 미ㆍ일간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는 최근 국제정세와 무관하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18일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문제에 관해 전권을 쥐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연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조만간 베이너 의장실이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 정부에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외교 관련 정보지 ‘넬슨 리포트’도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베이너 의장이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을 위해 초청장을 보내는데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와 논의 절차 등으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협의절차가 필요하다고 넬슨 리포트는 전했다.
로이스 위원장 측은 한국 언론에 보낸 이메일 논평에서 “초청 형태의 결정 권한은 외교위원장이 아니라 오로지 하원의장한테 달린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연설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마이크 혼다(민주ㆍ캘리포니아) 등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 로이스 위원장은 아베 총리의 연설을 저지하는 대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ㆍ1954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ㆍ1957),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ㆍ1961년) 등 3명이다. 그러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아직 없었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총리가 4월26일부터 5월3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4월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초 검토했던 아베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은 미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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