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수사 첫 번째 타깃
국고 900억원 포함 3000억원, 단일 탐사광구 역대 최대 손실
새누리 출신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 참여
盧정부 때 석유공사가 사업 착수
검찰이 자원외교 비리수사의 첫 타깃으로 삼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권은 3,000억원의 손실을 남긴 사업이다. 검찰은 이 사업에 참여한 경남기업이 정부지원으로 받은 융자금 가운데 300억원 상당을 빼돌린(사기 및 횡령) 단서를 포착했다. 2005~2009년 진행된 캄차카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석유공사가 사업에 착수했고, 친이명박(MB)계 성완종(64) 전 새누리당 의원이 회장인 경남기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여권과 야권 양쪽 모두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동시에 압수수색을 당한 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의 주된 연결고리는 러시아 캄차카 육상광구 석유탐사 사업이다. 캐나다 CEP사가 운영 중인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2개 광구에 한국컨소시엄이 지분 50%를 투자하기로 하고 2006년 3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컨소시엄에서 석유공사는 55%, 경남기업은 20%의 지분을 갖고 투자했으며, 이 외에도 SK가스, 대성사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당시 약 2억5,000만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보고 참여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2010년 10월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남기고 이 사업이 무산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김재균 민주당 의원은 “2010년 8월 한국컨소시엄은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경제성이 희박한 서캄차카에서 철수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며 “서캄차카 사업은 최종 실패로 결론이 났고 투자비 2억5,000만불, 약 3,000억원의 손실이 초래됐다”고 폭로했다. 단일 탐사광구로서는 역대 최대 손실액이었다. 당시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서캄차카 문제는 광구의 기술적인 평가 문제와 더불어 외교적인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명확한 사업실패 원인을 밝히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켰다. 캄차카 사업은 사업이 성공할 경우 국고보조금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내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성공불융자 방식인데다 그 액수가 900여억원에 달해 정치권의 질타가 계속됐다. 검찰은 성공불융자로 지원된 국고 900여억원 가운데 300억원 가량을 경남기업이 가로챈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MB정부에서 실패로 결론 났지만, 시작은 노무현 정부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당에서 MB정부의 자원외교 문제점이 불거지자 노무현 정부 때의 자원외교 문제도 적극 지적하고 나오면서, 검찰이 다목적 카드로 이 사업을 가장 먼저 수사 대상에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04년 9월 노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한ㆍ러 정상회담이 열렸고, 당시 석유공사가 사할린과 캄차카 지역의 유망 광구를 공동개발키로 기술 검토를 시작한다는 회담 성과 보도들이 나왔다.
이와 함께 검찰은 MB정권의 자원외교 사업에 자주 등장하는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함으로써 캄차카 사업뿐 아니라, 향후 MB 자원외교 수사에 필요한 여러 자료들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이 2006년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참여했다가 철수,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광물공사가 사업에 참여한 경남기업의 투자금 납부기한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장해 주고 170억원 상당을 대납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남기업이 내놓은 광산 지분을 규정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116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남기업이 아제르바이잔 석유탐사, 미국 멕시코만 가스탐사 등 MB정부 자원외교 사업 다수에 손을 댄 만큼 검찰이 수사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 회장은 MB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과학비즈니스 TM벨트 태스크포스 자문위원으로 발탁되는 등 대표적인 친 MB인사다. 2000년 중반부터 자원외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경남기업을 이끌던 성 회장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충남 태안ㆍ서산)에 당선되면서 겸직금지 규정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선거기간 지역단체에 1,000만원을 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 형이 확정돼 지난 해 6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 후 성 회장은 다시 경남기업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경남기업은 이날 채권기관운영위원회 결과, 추가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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