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카터 美장관 내달 방한, 사드 문제 거론될 가능성 높아"
중국 무시한 채 강행 인상, 中에 외교 보복 시나리오 우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우리 국익의 최대치를 따지는 게 먼저 아니겠냐. 미국 중국의 입장, 우리 국민 여론을 더 살피고 공론화해도 늦지 않을 텐데….” 외교안보부처 핵심 당국자는 1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국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이렇게 걱정했다.
외교가에서는 국방부의 사드 논의 공론화 작업이 ‘장고 끝 악수’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17일을 기점으로 지난 2년여 이어온 ‘전략적 모호성’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한미 협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기세다. 하지만 군사기술적, 외교적 논란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서두르다 미국 대신 비용 부담만 덤터기 쓰고, 중국에는 외교 보복을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한미 사드 협의 기정사실화하는 국방라인
국방부는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사드 한국 배치 논란의 불씨를 키워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음 달 초 방한하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카터 장관이 한미중 최대 군사 현안으로 부상한 사드 문제를 꺼내지 않을 리 만무하고, 우리도 언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한미는 또 4월 중순으로 예정된 제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 회의에서도 사드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사드는 회의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해명자료까지 냈지만, KIDD가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 절차를 다루는 회의인 만큼 사드 논의가 빠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어 한미 국방장관이 회동하는 6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10월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을 거치면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중국 외교보복, 국익 훼손 우려 급증
문제는 정부의 사드 관련 정책이 미국에 경도돼 중국을 무시한 채 강행한다는 인상만 남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으로 포장하고 물밑에서 중국과 국내여론 설득작업을 벌여오다 느닷없이 선회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우리 국방안보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17일 국방부 대변인의 중국 비판 메시지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많다. 국방주권 강조는 필요하지만,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해 중국의 사드 비판 입장을 반박하는 시점에 맞춰 우리 정부까지 몰아세우는 통에 ‘한국ㆍ미국 대 중국’ 구도로 외교적 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답답해 하는 눈치다. 고위 당국자는 17일 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우리가 마치 100년, 50년 전처럼 강대국 눈치나 보고 휘둘린다는 식으로 분석하지만 우리의 주도적이고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충분히 결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도 “사드는 기술적, 군사적 고려가 기본이고,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얘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드가 실제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저지하는 데 실효성이 있는지, 비용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하는 단계인데 국방부 쪽에서 배치 논란으로 넘어가버려 부담스럽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심각해질 경우 2000년 한중 마늘파동,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직후 대일 희토류 수출 금지 같은 보복 시나리오도 전개될 수 있다. 또 미국 요청 전에 우리가 먼저 사드를 애걸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미국으로부터 챙길 반대급부는 사라지고, 1기에 2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드 배치 비용만 떠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결정처럼 청와대와 정부 내 국방라인이 이미 사드 도입을 결정해놓고도 논란을 방조해 우리 외교 레버리지(지렛대)만 훼손했다는 비판도 많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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