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세대별 노조로 출발, 창립 5주년 맞은 김민수 위원장
처음엔 노동계서도 냉소적 반응, 올해 대법원서 합법 노조로 인정
“지금까지는 청년 노조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잠재력을 축적해 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청년 비정규직이나 부당해고 등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달로 창립 5주년을 맞은 ‘청년유니온’의 3기 위원장 김민수(24)씨는 18일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2010년 3월 조합원 23명으로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만 15~39세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구직자, 일시적 실업자 등 청년노동자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청년 세대의 실업과 노동 불평등 문제가 10년 넘게 이어지자 당사자인 청년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자각에서 태어났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일본 수도권 청년유니온’을 참고해 1년여 간 공들여 준비했지만 노동계에서조차 “잠깐 하다 말겠지”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기업ㆍ산별 노조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존 노조운동의 굳건한 아성에 영세기업의 비정규직이거나 여전히 구직 중인 청년 노동자들의 문제는 곁가지로 치부됐다. 당국도 “구직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 설립신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체불 임금이나 부당 해고 등 작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부터 접근했다. 배달시간 30분 상한제 같은 과도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커피전문점 등 불법이지만 관행으로 포장돼 왔던 청년 노동시장의 악습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두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서울시가 2012년 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이는 등 청년유니온을 대하는 당국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활동이 성과를 내면서 청년유니온은 점차 노동계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 같은 제도권 기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등 정책결정 과정에서 청년들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최근 열정을 구실로 적은 임금을 지급하며 취업 준비생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열정 페이’를 이슈화한 것은 청년유니온의 아젠다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청년유니온은 이제 어엿한 합법 노조로 자리잡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일시적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청년유니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노동 당국도 2013년 청년유니온의 전국 단위노조를 수용해 지역별 지부 27곳과 조합원 1,000여명을 거느린 거대 노조가 됐다.
청년유니온의 지난 5년이 청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앞으로 5년은 비합리적 노동을 강요하는, 이른바 ‘블랙기업’의 불법ㆍ탈법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블랙기업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불안정한 청년 노동구조의 실태를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이 무산되자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비정규직 청년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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