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20만원 선 무너지자
"실적 개선 어려워" 암울한 전망만
6개월 뒤 갤럭시S6 호평 쏟아지자
슬그머니 "목표주가 180만원…"
"증시 대표하는 황제주 전망도 틀려
분석의 범위도 깊이도 크게 떨어져"
작년 9월: “갤럭시, 조로화(早老化)에 빠졌나”-목표주가 155만원
작년 10월: “막연한 희망을 가지기엔 부족”-목표주가 130만원
올해 3월: “2015년, 출발이 좋다”-목표주가 180만원
최근 6개월간 증권사들이 발표한 삼성전자 관련 보고서 제목들이다. 부정적인 전망 일색에서 불과 몇 달 만에 긍정적으로 바뀌더니 목표주가는 종전보다 50만원 치솟았다. 신제품 출시라는 호재가 있긴 하지만 증권사들이 지난해 앞다퉈 제기한 그간의 의구심을 털어버리기에 충분한 재료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황제주라는 점에서 증시 흐름도, 주가도 예측하지 못하는 증권사의 부실한 기업 분석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의 월 평균 전망은 7월 167만7,857원에서 11월 148만원까지 급락했다가 올해 2월 163만3,846원으로 뛰어올랐다. 심지어 작년 10월 128만원을 제시한 한 증권사는 최근 166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0월 13일 장중 최저(107만8,000원)를 찍은 뒤 서서히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전망을 한 달이나 앞서갔다. 3월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17일 기준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평균 168만3,462원까지 뛰었다.
작년 9월 2년 만에 삼성전자 주가 120만원 선이 무너지자 증권사들은 한결같이 암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현재 주가는 결코 싸 보이지 않고 디레이팅(de-rating) 가능성도 있다”(아이엠투자증권), “단기간 내 강력한 주가 상승 촉매를 찾기 힘들 전망”(현대증권), “4분기 신제품 출하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실적개선은 쉽지 않을 것”(리딩투자증권), “갤럭시에 대한 기대감도 역사적 최저점 수준”(IBK투자증권) 등 악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6개월 뒤 증권사들은 돌변했다. 이달 1일 공개된 갤럭시S6에 대한 시장의 호평이 쏟아지자 이번엔 낙관적인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며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나섰다. “갤럭시S6의 높은 경쟁력으로 인해 판매량이 호조를 보일 것”(미래에셋증권),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시장 선도”(하나대투증권),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 비수기를 무색하게 하는 반도체의 수익성”(키움증권) 등 시장상황에 편승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스스로 내세웠던 부정적 전망의 근거들은 슬그머니 뺐다. 아이폰6와 중국의 중저가폰 공세가 여전한데도,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온통 신제품에 대한 초기 반응 및 출하량 전망치에만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다. 김동순 중앙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포트폴리오 컴퍼니’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권사 리포트는 분석의 범위가 좁을 뿐 아니라 깊이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목표주가는 널뛰기를 하는데도 투자등급은 그대로 두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제시한 27개 증권사 중 지난해 하반기에 투자의견을 변경한 곳은 3개사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매수’에서 ‘중립’ 정도에 그쳤고, ‘매도’ 의견은 아예 없었다. 매도 의견 비중을 높이겠다고 나선 한화투자증권이 업계의 이단아 쯤으로 치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 목표주가는 대개 주가에 후행(後行)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의견도 큰 의미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애널리스트 계약 기간이 대개 1년 단위로 짧고, 단기간 성과에 시달려 위험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외국처럼 계약기간을 늘리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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