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일(No Sale)을 고집해오던 수입 고가 브랜드가 장기불황에 결국 자존심을 꺾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패션 잡화 브랜드 샤넬이 클래식, 빈티지 라인 등 일부 인기 제품의 백화점 판매가격을 11~23% 인하했다. 샤넬은 17일부터 715만원에 판매되던 빈티지 미디움을 600만원에, 777만원이었던 같은 라인의 라지백을 652만원에 판매 중이다. 클래식 점보는 7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612만원이었던 보이백 스몰 사이즈는 470만원으로 내렸다. 면세점 가격도 클래식 점보는 6,180달러에서 4,870달러로, 4,850달러였던 보이백 미디움은 3,280달러로 조정됐다.
샤넬 측은 이번 가격 조정을 자국 내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글로벌 가격 평준화로 설명한다. 유로화 가치하락으로 벌어진 국가 간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럽 내 가격은 인상하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표 모델 가격조정을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할 신제품도 유럽과 아시아의 편차가 크지 않게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샤넬은 가격인하 보름 전인 지난 2일 이후에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가격 차액을 환불해 줄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샤넬이 10여년간 가격을 올리기만 하다가 최대 20% 넘게 가격을 낮춘 이유를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에서 찾는다. 최근 샤넬 외에도 구찌, 프라다 등도 기존 라인보다 크기가 작고 덜 비싼 소재로 만든 낮은 가격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인한 이들 해외 고가 브랜드들의 위상 변화는 실제 백화점의 매출 추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백화점 점포의 샤넬 매출 신장세는 2013년 17%에서 지난해 10%로 낮아졌고, 2012년 매출 신장률이 37%에 달했던 프라다는 2013년에는 9%로 확 꺾였다. 구찌 역시 2012년 매출이 13% 신장했지만 2013년에는 1%, 지난해에는 4% 신장에 그쳤다. 또 다른 백화점 매장에서도 샤넬은 2013년 8.1%에서 지난해 7.2%로, 루이비통은 2013년 7.3%에서 지난해 6.8%로 매출 신장률이 낮아졌다.
샤넬의 가격인하 소식이 전해진 후 각 백화점 샤넬 매장은 하루 종일 고객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 초 샤넬 핸드백을 구입했다는 한 소비자는 “그간 유로 약세가 오랜 기간 지속됐지만 꾸준히 가격을 인상했던 과거 행태를 감안할 때 결국 환율은 핑계가 아니겠느냐”며 “가격조정 전후 차이가 100만원 이상 나는 것은 기존 가격에 거품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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