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도 "금융개혁" 손 내밀어
“금융개혁에 접근하는 방식은 첫째도 현장, 둘째도 현장, 현장 중심이다.”(17일 기자간담회) “현장을 잘 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하지 않고서는 금융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18일 금감원 방문 발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초반부터 ‘현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전임자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피아(경제부처 관료) 출신 금융당국 수장의 맥을 이으면서도 전임자들과 다르게 민간 금융기관(농협금융지주) 최고경영자를 역임, 현장 감각과 정책수립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가 현장에서 체감했던 불합리한 정책이나 시장 관행이 우선적인 개혁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 위원장이 18일 역대 금융위원장 중 처음으로 금감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외부 일정을 시작한 것도 그의 현장 중심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 쇄신, 금융규제 완화 등 금융개혁의 우선과제를 원활히 이행하기 위해 금융위 위탁을 받아 현장에서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금감원부터 통제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농협금융 회장 시절 금감원의 일방주의적 검사 관행에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예가 이돈흥 선생이 쓴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글씨를 액자에 담아 진웅섭 금감원장에 선물하면서 “금감원은 유능한 파트너”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이 돼서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이 행사하고 있는 감독ㆍ검사ㆍ제재 절차를 일신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정밀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시장과 금융회사가 당국에 요구하는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임 위원장의 ‘현장 중심론’은 전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이날 35분 동안 금융개혁 방안을 설명하면서 33차례에 걸쳐 ‘현장’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1분에 한 번 꼴로 ‘현장’을 입에 올린 셈이다. 그는 “현장에 있어보니까…” “현장에 있을 때…”라는 말을 추임새 삼아 ▦기관경고 3번 누적 시 신규사업 금지 ▦금융사 직원 개인에 대한 문답서 징구 폐지 ▦부실채권(NPL)비율 규제 완화 등 구체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들 모두 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경험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그가 회장 재직 당시 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합병해 NH투자증권을 출범시켰는데, 합병 전 법인들이 받은 기관경고 때문에 통합 법인의 신규사업이 제한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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