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134조원·아프리카 60조원 등, 막대한 차관 빌려주며 영향력 확대
디폴트 선언·사업 실패 이어져, 상환 불투명·투자금 손실 위기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퍼주기 외교’를 통해 전세계에 영향력을 높여 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받은 국가들의 디폴트 선언과 사업 실패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8일 “중국이 최근 십 년 넘게 남미에 1,190억달러(약 134조원), 아프리카에 528억달러(약 60조원), 그리고 아시아 국가에도 비슷한 규모의 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런데 일부 차관은 상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한 ‘콜롬보 항구도시 개발사업’의 경우 중국과 스리랑카 정부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이 콜롬보항에 인공섬 건설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올 1월 취임한 스리랑카 마이스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전 정부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이 투자한 이 사업이 사실상 중단상태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훔치려 했으며, 이런 일들이 계속 된다면 우리나라는 식민지로, 우리는 노예 신세로 전락할 것”라고 중국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어 사업 재개는 요원한 상태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중국이 상대후보였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고 믿고 있다.
경제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는 차관 상환일을 계속 연기하고 있으며, 짐바브웨는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아예 상환을 포기한 상태다. 또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 국가들도 심각한 경제위기에 내몰리면서 상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유용딩 중국 사회과학학원 교수는 “중국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정국이 불안한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나라들에 차관을 제공했다”며 “중국 정부는 ‘국가가 보증을 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사실 이 지역의 정치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중국 자체의 경제성장도 둔화되는 상황이어서 정부차원의 차관 제공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국까지 찾아와 추가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거절했다.
중국이 단독으로 출자해 운영하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다른 나라의 출자를 적극요청하고 있는 주요 이유도 바로 이런 ‘퍼주기 외교’가 한계에 도달하자, 다자간 투자방식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육로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계획’나 브라질 대서양 연안에서 안데스 산맥을 지나 페루 태평양 연안을 잇는 철도 건설의 경우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두 프로젝트 모두 여러 나라가 투자에 참여하는 모델이다.
특히 중국정부는 AIIB 확대가 단독투자로 인한 손실위험은 최소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 내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 위엔쑨 연구원은 “그간 중국은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개도국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전략을 써 왔다”라며 “하지만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중국 주도의 AIIB를 통해 영향력을 이어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