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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돌연한 전방위 기업수사,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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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돌연한 전방위 기업수사,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하라

입력
2015.03.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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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기업 단죄는 당연하지만

일제단속 모양은 목적ㆍ성과에 의구심

신속하게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방산비리 및 기업 수사 등과 관련해“이번에야말로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 있어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에 이어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만큼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고, 신세계와 동부그룹 비리도 내사 중이다.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으로 과징금 처벌을 받은 SK건설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 경남기업도 압수수색했다. 가히 전방위적이다.

방산비리와 자원외교 비리는 물론, 기업 비리도 의당 척결해야 한다. 회사 돈을 빼내 비자금을 만들어 오너의 배를 불리고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탐욕스런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국가경제를 해친다. 박 대통령 말대로 기업들의 부정부패 관행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경제살리기도 불가능할뿐더러 설혹 경제가 살아났다 해도 언제든 가라앉게 된다. 더 이상 부도덕한 기업이 살아 남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먼저 검찰 수사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대기업 비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1~2년 전 발견해 검찰에 넘겼으나 묵혀져 온 것들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정권적 차원의 기조 때문이었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의 조기 석방까지 거론했다. 그러다 갑자기 기업비리 사정을 들고 나오니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 것이다.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사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분위기 조성 필요에 따라 서둘러 잔뜩 벌려만 놓고 끝에 가선 적당히 수습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 정권마다 너무도 자주 보아왔다. 부패척결이 늘 정치적 헛구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기왕 시작했다면 기업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동시다발적인 ‘먼지털이식’ 일제단속형 수사는 소리만 요란하지 실속을 거두기 어렵다. 수사 전반에 걸쳐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무턱대고 대규모 압수수색이나 무차별 소환부터 해놓고 증거를 찾는 식의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그제 간부회의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나 절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병든 세포는 신속히 도려내는 것이 새 세포를 돋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수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기업들의 판에 박은 주장이 나오지 못하도록, 정확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수사가 정교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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