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와 비교하면 연극은 배우가 주인이에요. 배우가 무대에 설 때 가장 희열을 느끼는데, 이 나이에 연극 무대에 다시 선다는 게 아주 기쁘죠.”
중견 탤런트 노주현(69)이 40년 만에 연극무대에서 다시 선다.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각색한 2인극으로 노주현은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모리 교수 역을 맡았다.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5년 전 책과 영화를 봤을 때부터 눈여겨 본 작품”이라며 “연극 출연 제의를 받고 극장 관계자들에게 먼저 이 작품을 올리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사실 제 나이 남자배우가 연극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부성애가 부각된 작품도 많지 않고, 노인 역할은 저보다 이순재 선배한테 더 잘 맞죠. 그래서 재작년 경기도에 소극장을 지어놓고 제가 출연할 만한 2~3인극이 있는지 찾고 있던 참이었어요.”
1968년 T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노주현은 1970년대 ‘파우스트’를 시작으로 연극 몇 편에 출연했다. 하지만 ‘죄와 벌’ ‘이어도’(1976) 등을 연출하며 인연을 맺은 이해랑 선생(1916~1989)이 작고하며 자연스럽게 TV 드라마에 집중했다. 무대를 잊지 못해 2008년 처음으로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도 도전했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뮤지컬은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자꾸 박자를 벗어날 때가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그때 몸살을 앓아봤기 때문에 이번 2인극도 도전할 수 있는 거겠죠.”
미치 앨봄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1959년부터 브랜다이스대 사회학과 교수 모리 슈워츠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의 실화를 다뤘다. 어릴 적 꿈을 뒤로 한 채 돈과 일에 매달리던 미치는 어느 날 TV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매주 화요일 모리를 만나 인생수업을 받는다.
노주현은 “모리는 인생에 대해 관조한 사람”이라며 “당당하고 침착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기는 쉽지 않다. “극 후반 모리 교수가 스러져가는 과정을 어떻게 그려낼지가 숙제예요. 병세가 악화하면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데, 그럼 극 전개가 안 될 테니 리얼리티는 좀 벗어나야 할 거 같고….”
3주 전부터 하루 3~4시간씩 맹연습 중인 그는 이번 연극이 성공하면 자신의 소극장 ‘까사떼아드로(CASA TEATRO)’의 상설 공연 콘텐츠로 활용하고 싶다는 소망도 비췄다. “객석이 100개 정도 되는 작은 극장인데, 아직 작품을 못 올렸어요. ‘모리…’와 같은 작품 몇 개를 레퍼토리 삼아 10년, 20년 그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으면 합니다.”
4월 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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