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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인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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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인세 딜레마

입력
2015.03.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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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일부 자국 기업들을 향해 “이익을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탈영병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높은 법인세를 피하려 본사를 줄줄이 외국으로 이전하는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당시 미국 제약사 애브비와 밀란은 각각 영국 제약사 샤이어와 네덜란드 제약사 애벗의 해외사업부를 각 540억, 53억 달러에 인수한 뒤 합병기업 본사를 영국과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25개 정도의 다른 미 기업들도 인수합병(M&A)을 통한 본사 해외이전을 추진 중이었다.

▦ 미국 법인세율은 35%다. 반면 영국과 네덜란드는 각 21%, 25%다. 낮은 법인세율을 좇아 최근 10년간 약 50개 미국 기업이 본사를 외국으로 옮겼다. 엑소더스(대탈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법인세 절감을 노린 기업들의 본사 소재지 변경, 곧 ‘택스인버전(Tax Inversion)’에 대한 오바마의 비난은 곧 정책화했다. 지난해 9월 택스인버전에 대한 규제와 징벌적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당근책으로 자국 법인세를 28%(제조업 25%)로 낮추는 세제개혁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기업의 이익추구 행위를 행정규제와 징벌로 막겠다는 발상에 대한 냉소, 법인세 인하 폭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불만이 확산됐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시장의 반발과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제개혁안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엉뚱한 곳에서 구멍이 났다.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규제하자, 이번엔 아예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 그제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그런 ‘거꾸로 M&A’ 유행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외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규모가 1,5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1,060억 달러보다 47%나 급증했다. 오바마의 규제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셈이다. 기업경영이 글로벌화하면서 속지주의 과세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인세 인상 요구가 거세지만 법인세를 포함해 본사를 한국에 두는 비용이 외국에 비해 비싸지면 사실상 우리 기업의 외국 이전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그게 법인세 인상의 한계이자 딜레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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