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조만간 금리 인상 소식에 ECB 양적완화로 달러 선호 부채질
강달러에 채무 상환 부담 커져 브라질 설탕 제조사 파산 속출
미국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1997, 98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도 달러 강세에서 촉발됐던 만큼, 이번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신흥국 경제가 또 한번 심각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이어서 달러 강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미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에서는 설탕 제조회사들을 중심으로 잇단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설탕 가격 하락과 맞물려 달러 가치 상승으로 달러 상환해야 할 부채액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인도의 최대 전력업체인 자이프라카시는 최근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위기 탈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최근 달러 상환 채무액 규모가 약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달러 강세에 정부의 사정바람까지 거세게 불면서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카이사 그룹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미 달러의 대안 역할을 하던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달러 강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2년 동안 약 25%나 상승했다. 달러 강세가 본격화하면 신흥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던 투자자금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는 ‘역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달러로 돈을 빌린 신흥국 기업들의 경우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그 만큼 채무 상환 부담액이 커지므로 자금상황에 곤란을 겪다 결국 채무 불이행(디폴트) 직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 든 막대한 달러 부채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2009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유지되면서 신흥국 시장에는 현재 대규모 달러 자금이 흘러 들어가 있는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해외 신흥시장의 달러 부채가 약 50%(약 9조2,0000억달러) 증가했다. 홍 트란 국제금융협회(IFF) 대표는 “강 달러 현상은 신흥국 기업들의 채무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신흥국 정부당국들은 달러 부채에 대한 자국 기업의 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으로 1990년대 말 한국을 비롯 아시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가 조만간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각 국가의 외환보유고가 당시보다 안정성을 갖추고 있고, 달러 강세가 신흥국 수출기업들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점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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