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 전향적 태도" 관측
미중 기싸움 균형추 변화 감지
"美도 가입해 中 견제" 목소리
미국과 중국 사이의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 경제대국들의 참여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경제패권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의 엄포가 갈수록 무색해지는 가운데, 국제적으로도 ‘마지막 대어’ 한국의 선택에 한층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지난주 영국의 깜짝 참여 선언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도 모두 영국을 따라 AIIB에 참여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들 세 나라의 결정이 그간 모호한 태도에서 최근 ‘AIIB 참여를 검토해 보겠다’고 방향을 튼 호주의 입장 선회와 더불어 “주요 서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주도로 올해 말 출범 예정인 AIIB는 아시아 각지에 대한 인프라건설 투자를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국가에 창립 멤버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우방국들에 불참을 종용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지난주 영국의 참여 선언 직후, “영국이 (중국에) 협력적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를 바라는 영국은 오히려 G7(주요 7개국) 중 첫 참여국이 돼 관련 이익의 ‘선점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FT는 해석했다.
미국의 주요 우방들의 ‘배신’이 잇따르면서 관심은 한국에 쏠리고 있다. FT와 일본 언론들은 17일 “(미국처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일본은 AIIB 불참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들은 정부가 AIIB 불참 입장을 재고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 상당수가 AIIB 가입은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이상 FT) 등의 평가를 전하며 한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점치는 분위기다.
이처럼 미ㆍ중 간 기싸움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기류가 감지되자 “아예 미국도 AIIB에 들어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AIIB에 참여하면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이전처럼 다른 나라들을 계속 압박하는 것은 이길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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