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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트에 삼선 운동화… 스트리트 패션, 실용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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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트에 삼선 운동화… 스트리트 패션, 실용을 입다

입력
2015.03.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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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대 "입고 싶은 대로…"

경제 침체기의 2015 패션, 명품 브랜드 고집 안 해

홈쇼핑들도 프라임 시간대에 유행 안 타는 아이템 편성

엉덩이를 덮는 넉넉한 롱코트에 길이가 종아리까지 오는 슬랙스, 삼선 운동화 패션은 움직임의 제한을 해방한 실용주의 스타일이다. 1.롱코트 지컷 2. 스웨트셔츠 보브 3. 미니백 알렉산더 왕 4. 슬랙스 보브 5. 신발 아디다스
엉덩이를 덮는 넉넉한 롱코트에 길이가 종아리까지 오는 슬랙스, 삼선 운동화 패션은 움직임의 제한을 해방한 실용주의 스타일이다. 1.롱코트 지컷 2. 스웨트셔츠 보브 3. 미니백 알렉산더 왕 4. 슬랙스 보브 5. 신발 아디다스

“패션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타임리스 스타일처럼.”

블랙 카디건과 화이트 플레어 스커트, 그리고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줬던 코코 샤넬의 스타일은 19세기를 넘어 21세기 현대에도 여성들이 동경하는 패션으로 통한다. “타임리스 스타일”이라고 말한 그녀의 패션 철학에는 유행을 타지 않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절제미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가 녹아있다. 화려한 드레스로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입었던 코르셋에 안녕을 고하고 움직임이 자유롭고 단순한 의상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그녀.

21세기에도 샤넬의 정신은 살아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추구한다”는 ‘놈 코어’(노멀과 하드코어의 합성어) 스타일을 뛰어넘어 더 단순하고 간소해졌다. 철저하게 실리적인 패션이다. “입고 싶은 대로 입고 편안하게 나를 표현한다”는 샤넬식 자유로움이 올해 실용주의 패션을 대변한다.

롱코트에 슬랙스, 삼선 운동화… ‘허세’ 벗은 패션

“남 신경 쓰지 않고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게 장점이죠.”

엉덩이를 덮는 롱코트에 길이가 종아리까지 오는 슬랙스 팬츠, 그리고 세 줄의 빗살무늬가 더해진 삼선 운동화. 요즘 서울 명동과 홍대, 강남역 등 10~30대 젊은 층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스타일이다. 명동에서 만난 156㎝ 아담한 키의 여대생 이한나(21)씨는 “지난해부터 10㎝ 이상의 킬힐을 벗어 던지고 회색의 삼선 스니커즈로 바꿔 신었다”며 “옷도 박시한 외투와 니트 등 편안하고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롱코트에 검은 바지, 단순한 무늬의 운동화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주의와 실용주의가 적절히 혼합돼 진화한 패션이다.

롱코드로 대표되는 외투는 ‘루즈 핏’이나 ‘박시 스타일’의 넉넉한 사이즈로 골라 엉덩이를 덮는 게 포인트다. 엉덩이를 가리는 것은 활동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 상의에 힘을 뺐으니 하의에도 여유를 주는 건 당연하다. 하체를 옥죄는 스키니 팬츠와 이별하고 ‘느슨하다’는 뜻의 슬랙스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몸에 밀착하지 않게 제작돼 넉넉한 사이즈가 장점인 점프 수트. 스텔라 매카트니
몸에 밀착하지 않게 제작돼 넉넉한 사이즈가 장점인 점프 수트. 스텔라 매카트니

고가의 명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실용주의 패션의 단면이다. 최은미 스타일리스트는 “최근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보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패션계를 강타하면서 젊은 층의 소비도 이를 따르고 있다”며 “이들은 값비싼 옷보다는 저렴하면서도 무난한 옷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 패션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빗살무늬의 삼선 운동화도 그 디자인의 원조 브랜드 아디다스를 고집하지 않는다. 거리에 널린 그와 유사한 모조품을 사서 신고 다닐 정도로 브랜드나 유행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복잡하고 현실성 없는 옷이나 액세서리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로 변화하는 것이다.

20~30대를 겨냥한 여성복 디자이너 곽현주씨는 “‘놈 코어’의 평범함에 이어 활동성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스트리트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패션계 역시 비싼 가격의 고급스러운 소재보다는 구김이나 세탁에 강한 실용적인 소재들이 사용해 대중의 소비 성향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컬렉션부터 홈쇼핑까지… 넉넉한 ‘라운지 웨어’

실용적 패션으로 갈아탄 패션계의 동향을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놓칠 리 없다. 스텔라 매카트니, 마르니, 드리스 반 노튼, 3.1 필립림 등도 그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들 브랜드들이 보여준 올 봄/여름(S/S) 컬렉션에는 뜬금없이 ‘잠옷 패션’(파자마 룩)이 등장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헐렁한 실루엣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전하는 라운지 웨어(집 안에서 휴식을 취할 때 입는 옷)가 런웨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통일된 색상에 단조로운 패턴과 디자인에, 입은 듯 안 입은 듯 활동성까지 높인 실용성에 초점을 뒀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통이 넓어진 바지가 더욱 간소화된 차림을 보여준다.

소재에서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멋을 버렸다. 드리스 반 노튼은 남녀 ‘파자마 룩’을 비싼 실크가 아닌 레이온 혼방으로 제작했다. 몸에 달라붙지 않아 활동하기에 편하고 누구나 손쉽게 구해 입을 수 있는 대중적인 옷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집에서나 입을 법한 디자인이다. 스텔라 매카트니도 블라우스 등의 소재로 쓰이는 새틴 보일과 자카드 원단으로 몸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지 않게 하늘하늘한 맵시를 살렸다. 곽현주 디자이너는 “올해 S/S 컬렉션은 마치 1990년대를 보는 듯 심플하면서도 넉넉한 스타일의 H라인 컨셉트가 많아 멋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둔 분위기다”고 분석했다.

침대 밖으로 막 튀어나온 듯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파자마 룩’. 스텔라 매카트니
침대 밖으로 막 튀어나온 듯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파자마 룩’. 스텔라 매카트니
집에서 입을 법한 헐렁한 러닝과 트렁크 팬츠. 드리스 반 노튼
집에서 입을 법한 헐렁한 러닝과 트렁크 팬츠. 드리스 반 노튼

TV 홈쇼핑 채널들도 앞다투어 ‘타임리스 스타일’ 경쟁에 돌입했다. 일년 내내 트렌드와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의류들을 프라임 시간대에 배치했다. 고태용, 박승건, 스티브J&요니P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를 앞세워 트렌드를 선도했던 CJ오쇼핑은 지난달부터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명 ‘츄리닝 셔츠’로 불리는 품이 넉넉한 스웨트 셔츠, 간편하게 입는 블라우스와 니트는 물론 스니커즈나 단화인 슬립온, 굽이 높지 않은 옥스포드 구두로 라운지 웨어를 추천한다. 조일현 CJ오쇼핑 패션사업 부장은 “그레이 화이트 블랙 등 튀지 않는 컬러로 활용한 자유로운 패션 아이템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강성준 GS홈쇼핑 트렌드의류 팀장도 “지속되는 불황에 ‘타임리스 스타일’과 평범하면서도 소재나 컬러 등으로 차별화를 두는 ‘놈코어 스타일’의 유행이 이어지고 있어 모노톤에 베이직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이 각광을 받을 것”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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