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방화는 관악구청 공익근무요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재래시장과 다세대 주택 인근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죄 등)로 이모(2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 내 모피공장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200만원 상당의 원단이 불에 탔다. 6일 뒤에는 신림동 다세대 주택 앞 오토바이가, 지난 5일에는 삼성시장 내 골목길에서 소금포대 일부가 각각 불에 탔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신림동의 또 다른 다세대 주택 앞 자전거에서, 이튿날에는 삼성시장 인근에 쌓여 있던 의류에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낸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지난 13일 신림동 다세대 주택 화재 당시에는 2층에 사는 김모(66·여)씨가 연기를 마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처럼 신림동 일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화재가 잇달아 일어나자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하고 전담반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화재현장 감식,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및 주차 차량의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해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14일 오전 2시48분쯤 또다시 방화 뒤 귀가하던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2011년 11월 15일부터 관악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집해제 기간(2년)이 훨씬 지났지만 2012년 2월 오토바이 절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3월 무단결근에 따른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수감되는 바람에 아직 복무 기간이 남아 있다. 이씨는 지난 1월 19일에도 무단결근으로 재차 고발돼 현재는 복무중지상태다.
이씨는 경찰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 당시 같은 방을 사용한 수감자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아 배신감에 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처음 불을 냈다”며 “이후에는 여자친구가 백수라고 무시하자 화가 나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방화는 10건이나 이씨가 30번 이상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만큼 추가 범행과 피해상황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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