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 박사는 ‘아브라카다브라’에서 셀프 리더십을 강조했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묘안은, 타인의 지시가 아닌 자기 안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자발성이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발성은 성공한 베테랑 야구 선수들에게도 발견된다.
지난 11일 포항구장. KIA와의 시범경기를 마친 삼성 선수들이 하나둘씩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박해민와 박찬도 등 중견수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젊은 선수들 곁에 코칭스태프가 붙었고, 배팅 케이지 안에서는 이승엽(39)과 박석민이 연방 공을 때렸다.
포항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바람까지 불어 전날 경기는 취소됐고, 이날도 선수들이 떨면서 경기를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경기 후 “추운데 다들 고생했다”는 소감을 남길 정도였다. 류 감독은 반팔을 입고 4이닝 동안 55개의 공을 던진 선발 장원삼에게 특히 박수를 보냈다.
그런 와중에 이승엽이 특타를 했다. 날씨 탓에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한 이승엽은 스프링캠프 동안 자신만의 타격 폼을 완성했다. “더 짜임새 있게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영 맞지 않는다”고 했다. 후배 박석민과의 특타는 그래서 강행했다. “타석에 서 있기만 해도 방망이가 흔들린다”고 표현한 날씨 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두산에는 영원한 캡틴 홍성흔(38)이 있다. 홍성흔은 16일까지 시범경기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에 2타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는 중이다. 외국인 타자 잭 루츠가 장염에 걸려 4번 타자로 출전한 홍성흔은 “내가 무슨 4번이냐”고 농을 쳤지만, 방망이 중심에 맞는 타구를 잇따라 만들어 내고 있다.
홍성흔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 출근했다. 7, 8일 포항에서 삼성과의 시범경기 2연전을 치른 선수들에게 이날은 휴식일이었다. 정오쯤 홀연히 나타나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한 그는 만족할 때까지 공을 치고 퇴근했다. 두산 관계자는 “시즌 때나 오프시즌 때나 홍성흔은 잠실구장에 자주 온다”고 귀띔했다.
올해로 프로 17년차가 된 홍성흔은 “힘 떨어졌다”는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 그는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도 “일본과 미국 선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어떻게 타구를 띄우는지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장타를 연구하고 있다”며 “순발력과 근력 위주로 운동했다. 몸무게는 3㎏ 정도 빠져 97㎏이지만 근육량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0홈런으로 팀 내 홈런 1위에 오른 최고참 홍성흔. 최근 2년 간 주장 완장을 달고 리더십을 발휘한 그를 만든 건 휴식일을 반납하고 잠실구장으로 출근하는 셀프 리더십이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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