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조례 애매해 조합만 협상대상자로 인정
비조합원 혜택 없어 갈등
서울 송파구 전통시장인 방이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민지윤(56)씨는 지난해 7월 방이시장진흥조합이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과 상생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통시장으로부터 1㎞ 이내에 들어서는 대규모 점포는 상인조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송파구청 조례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민씨는 협약에 근거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조례에 적힌 ‘상인조직’이란 문구가 문제였다. 비조합원인 민씨는 구청과 롯데 측이 2013년 3월부터 조합 집행부와만 논의를 한 탓에 1년 넘도록 협상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방이시장이 롯데가 지난해 5월 내놓은 64억원의 발전기금을 놓고 홍역을 앓고 있다. 16일 방이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롯데 측으로부터 ▦주차장 부지 매입 38억원 ▦반 아케이드(지붕) 설치 10억원 ▦빛의 거리 조성비 3억원 등 총 64억원의 시장 발전기금을 지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대상에서 제외된 비조합원들은 발전기금으로 구입한 시장 공동주차장에 대한 사용권한이 없고, 발전기금에 포함된 ▦자녀 장학금 1억원 ▦상인의 밤 지원금 2억원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할 상황이다. 비조합원들은 뒤늦게 조합에 가입하려 했으나 집행부 측이 “기존 조합원과 같은 조건으로 가입하는 것은 무임승차”라며 출자금(40만원)과 월 회비(3만원) 외에 추가 가입비 100만원을 요구해 갈등을 겪고 있다.
상인들간 반복은 근본적으로는 구청이 만든 모호한 조례 문구에서 비롯됐다. 송파구청은 2011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이 논란이 되자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상생 방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협상 주체를 사업자와 조합으로만 규정한 탓에 조합 상인과 비조합 상인 간 차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때마다 다양한 상인 주체와 협의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행정효율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방이시장진흥조합 조합원 16명은 주차장 부지매입 과정에 비리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 12일 조합 이사장 추모씨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하는 등 조합 내부도 내홍을 겪고 있다. 한 상인은 “집행부가 상인들에게 협상 개시를 알린 지난해 7월 당시는 이미 협약이 끝난 시점이었다”며 “불분명한 조례 한 줄 때문에 전통시장 특유의 인심마저 다 사라질 판”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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