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헤알화 가치 4년새 반토막
대부분 환 헤지 안 하는 상품 투자
통화 약세에 직접적 타격 받아
증권사 6곳 잔고 6조원 넘어
올해 만기 상품 원금 손실 비상
"투자 비중 줄이고 만기 유지하라"
브라질 채권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11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브라질 국채는 연 10%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해주는데다 한국과 브라질간 조세협약(1991년)에 따라 이자소득세가 면제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2011년 초 헤알당 700원에 육박했던 환율이 현재 300원대 초반으로 반토막이 나면서 채권 투자수익보다 환 손실이 더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만기를 앞둔 일부 상품은 원금을 까먹을 위험마저 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ㆍ미래에셋증권ㆍ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이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판매한 브라질 채권 잔고규모는 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연 12%대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저금리 장기화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투자자금들이 많이 쏠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헤알화 가치의 급락이다. 국내에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미 달러화로, 다시 달러를 헤알화로 바꿔야 한다.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2011년 고점과 비교하면 헤알화 가치는 절반 이상 고꾸라졌고, 헤알당 400원대를 유지했던 작년 말과 비교해도 16% 이상 하락했다. 만약 100헤알 짜리 채권을 구입해서 10% 수익률을 냈다고 치면 110헤알이 되지만, 이 기간 헤알당 원화 환율이 700원에서 400원으로 떨어졌다면 7만원을 투자해 4만4,000원 밖에 건지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국과 달리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투자는 통화가치에 따른 수익률 변동이 큰 상품이기 때문에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익률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전망은 많이 어둡다. 지금의 헤알화 가치 급락은 브라질 경제상황이 개선의 기미가 없는데다 나 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가 강세 질주를 하고 있는 탓이다.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까지 나서면 헤알화 가치는 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 경제지표가 계속 나빠지고 있고 최대 국영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 뇌물스캔들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헤알당 270원까지 통화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노리는 신규 매수는 자제하고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비중을 줄이되 만기까지 보유하라고 조언한다. 김지훈 연구원은 “올해 헤알화 가치 추가하락의 여지가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기존 투자자들도 전체 자산의 20%를 넘지 않도록 투자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장기 보유 시에는 높은 수익률과 절세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원은 “신흥국 시장 특성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단기투자보다는 10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했다.
강지원기자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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